서비스 디자인 씽킹
서비스 디자인 씽킹(Service Design Thinking)은 서비스 디자인을 하나의 정의로 규정하기보다, 서비스를 대하는 사고방식을 다섯 가지 원칙으로 설명하려는 접근이다. Marc Stickdorn과 Jakob Schneider가 엮은 『This Is Service Design Thinking: Basics – Tools – Cases』가 제시한 이 5원칙은 User-Centered(사용자 중심), Co-creative(공동 창작), Sequencing(시퀀싱), Evidencing(증거화), Holistic(총체성)이다. 이재용은 이 책을 "서비스 디자인의 다양한 정의가 주는 모호함을 정리해 주는 필독서"로 평가하면서도, 원칙들의 제시 순서와 명칭이 다소 부자연스럽다고 느껴 자신만의 재해석을 시도했다.
재해석의 핵심은 Co-Creative를 'Service-worker(혹은 server) based'로 재명명한 것이다. 기존 방법론에서도 이해관계자(stakeholder) 참여는 늘 중요했지만, 서비스 디자인이 유독 이를 다시 강조하는 이유는 최종 결과물을 전달하는 주체가 다름 아닌 '사람들', 즉 서비스를 실제로 제공하는 서비스워커(server)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비스 디자인 논의가 이 서비스 제공자의 목표·문화·건강·삶의 질에 대한 고민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이재용의 문제의식이다. 같은 맥락에서 User-Centered는 'Customer-centered'로 재명명된다. Alan Cooper가 마케팅 용어와의 혼동을 피하려 의도적으로 'user'를 고집했던 것과 달리, 서비스 디자인에서는 구매와 사용이 일치하는 관점에서 'customer'가 더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이재용은 다섯 원칙을 기존 학문 계보와 대응시켜 하나의 표로 정리한다. Co-Creative(Service-worker based)는 Computer Science의 'Computer'에, User-Centered(Customer-centered)는 Human Factors의 'User'에, Sequencing은 HCI·UID의 'Interface Design'에, Holistic은 UX Design의 'Experience'에, Evidencing은 Service Design의 'Service'에 각각 대응한다. 이 대응 관계에서 그는 하나의 공식을 도출한다: 서비스 디자인에서 Evidencing이 빠지면 UX가 되고, UX에서 다시 Holistic이 빠지면 UI가 된다. 즉 서비스 디자인 → UX → UI는 각 단계에서 하나씩 원칙을 덜어내며 범위가 좁아지는 포함 관계로 설명된다.
이를 종합해 이재용은 자신의 서비스 디자인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서비스 제공자(service worker)와 서비스 고객(Customer)에 대한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총체적 경험과 인간(Holistic)의 관점에서 시간상(Sequencing)으로 서비스를 구체화(Evidencing)하는 것." 책 후반부는 Product Design·Graphic Design·Interaction Design·Social Design·Strategic Management·Operations Management·Design Ethnography 등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의 목소리와 서비스 디자인 도구를 다루지만, 각 도구 설명이 지나치게 짧고 사례(Applied Service Design) 파트는 UPMC-CMU 사례를 제외하면 실제로 무엇이 개선되었는지 알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한다. 반면 서비스 디자인 연구의 과거와 미래를 다룬 소논문은 흥미로웠다고 언급한다.
핵심 내용
- 서비스 디자인 역사 연표(이재용, 2011): 1982~84년 Shostack의 'Service Blueprint' 제안 → 1991년 KISD(Erlhoff·Mager)의 학문화 → 2001년 런던 live|work 설립 → 2004년 Service Design Network(SDN) 창립 → 2010년 『This is Service Design Thinking』 출간
- 『서비스 디자인하라』서평(2011-09): 제니아 빌라데스 저, PSS(제품 서비스 시스템)·민족지학·변화 디자인 등을 새로 접했다는 소감과 함께, 저자가 더블 다이아몬드를 서비스 디자인이 아닌 전통적 디자인 프로세스로 구분하고 서비스 디자인은 '열린 과정'이라 설명해 혼란스러웠다는 기록
- Shostack의 1984년 HBR 논문 'Designing Services That Deliver'가 제시한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가시선(Line of Visibility)·Tangible Evidence 개념이 이후 5원칙의 Evidencing으로 이어지는 원류
- 서비스 중점적 논리(SDL)와 SDL-20/20(2014): Vargo·Lusch의 SDL을 근거로 Shostack의 가시선을 시간 축 하나가 아닌 20개 컨텍스트로 확장한 프레임웍, 물리적 증거를 '명시적 정보(Explicit Knowledge)'로 재정의
- 5원칙(원서): User-Centered · Co-creative · Sequencing · Evidencing · Holistic
- 이재용의 재해석: Co-Creative → Service-worker based, User-Centered → Customer-centered, 나머지 세 원칙(Sequencing·Evidencing·Holistic)은 명칭 유지
- 학문 계보 대응: Service-worker based–Computer Science, Customer-centered–Human Factors, Sequencing–HCI/UID, Holistic–UX Design, Evidencing–Service Design
- 핵심 공식: 서비스 디자인 − Evidencing = UX, UX − Holistic = UI
- Evidencing은 서비스가 시각·촉각·청각·후각적으로 감지 가능한 구체물로 나타나야 '디자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는 원칙
- 서비스 디자인은 정적인 사물(의자)이나 단일 화면 인터페이스보다 훨씬 다차원적인 시간(Sequencing) 축을 다룬다는 것이 인터페이스 디자인과의 근본 차이
- 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은 '시간(Sequencing)' — holistic·맥락적 관점이 더해지며 인터랙션 디자인보다 훨씬 긴 시간 축을 다룸
- 시간 축 기반 대표 도구: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 — 고객과 제공자가 만나는 접점이 터치포인트(Touchpoint)
- 2012 pxd talks 13(Adaptive Path 제민 헤게만): 저니맵 빌딩 블록 Action·Emotions·Needs·People·Context·Products and Services, 청사진 빌딩 블록 Customer actions·Touch points·Staff Actions·Line of visibility·Backstage staff·Support processes
- SX(Service eXperience): UX(사용자 중심)·CX(고객 중심)와 달리 사용자·스탭·조직·터치포인트 전체를 통합적으로 보는 관점, 지속을 위해 VP 서포트·내부 지지자·프로세스 엔지니어 양성·SX Wall(전체 서비스 공유 도구) 등이 필요
- Cooper Service Design Immersive(2018, 샌프란시스코): Discover-Describe-Determine-Develop-Deliver 5단계로 진행되는 실습형 서비스 디자인 워크숍
- Determine 단계의 'How might we...?' 인덱스 카드 채점(고객 가치·비즈니스 가치·조직 수용 가능성·직감)
- Develop 단계의 배드아이디어 콘테스트(기회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뒤집어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기법)와 바디스토밍(Bodystorming)(솔루션 사용자 입장에서 물리적으로 반복 연기하는 프로토타이핑)
서비스 디자인의 기원 — Shostack과 Service Blueprint (2011)
이재용은 5원칙 재해석에 앞서 2011년, 위키피디아가 정리한 서비스 디자인 역사를 간단한 연표로 소개한다: 1982~1984년 G. Lynn Shostack이 서비스 디자인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Service Blueprint'를 제안했고, 1991년 Köln International School of Design(KISD)의 Michael Erlhoff·Birgit Mager 교수가 서비스 디자인을 학문 분야로 처음 정초했으며, 2001년 런던에서 최초의 서비스 디자인 컨설턴시 live|work가 설립되고, 2004년 KISD·Carnegie Mellon University·Domus Academy 등이 모여 국제 기구 Service Design Network(SDN)를 만들었으며, 2010년 Marc Stickdorn과 Jakob Schneider가 엮은 『This is Service Design Thinking』이 출간되며 흐름이 이어졌다.
이 연표를 소개한 뒤 이재용은 흐름의 출발점이 된 원전, Shostack이 1984년 Harvard Business Review 1-2월호에 발표한 'Designing Services That Deliver'를 직접 리뷰한다. Shostack은 좋은 서비스가 우연한 천재성이 아니라 '설계(Design)'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존 품질 관리 도구인 간트 차트가 내부 문제를 시각화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지적한다. 이 한계를 넘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한 시각화 도구로 제시된 것이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이다.
Shostack은 골목길 구두닦이 서비스를 예로 들어, 프로세스 파악(Identifying process) → 문제점 발견(Isolating fail points) → 시간 배분(Establishing time frame) → 이익 구조 분석(Analyzing profitability) 순으로 청사진을 그리는 절차를 설명한다. 핵심은 고객에게 보이지 않지만 서비스 품질에는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구분 짓는 경계선, 가시선(Line of Visibility)이다 — 구두닦이가 어떤 구두약을 어느 공급자에게서 받는지는 고객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과물의 광 품질에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서비스 구현(Delivering the Service) 단계에서는 가시적 증거를 부각하는 것(Highlighting Tangible Evidence)과 사람을 특별하게 대하는 것(Making People Special)이 강조되는데, 이재용은 이를 각각 디자인과 경험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해석한다.
이재용은 이 논문의 의의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① 서비스 개선에 '설계'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Service Blueprint를 제시해 체계적 분석 기반의 개선 방법을 보여준 점, ② 고객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의 중요성을 짚어낸 Line of Visibility 개념을 도입한 점, ③ Tangible Evidence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서비스 개선에서 '디자인'의 자리를 열어준 점이다. 이 Tangible Evidence 개념은 앞서 다룬 5원칙 재해석에서 'Evidencing'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하는 만큼, 이 2011년 리뷰는 그 원류가 되는 기록이다.
초기 독후감 — 『서비스 디자인하라』 서평과 더블 다이아몬드 혼란 (2011)
Shostack 원전 리뷰(2011년 6월) 석 달 뒤인 2011년 9월, 이재용은 제니아 빌라데스가 쓰고 이원제가 옮긴 『서비스 디자인하라 Design At Your Service』를 읽고 짧은 서평을 남긴다. 이미 여러 책·논문·학회 발표를 접한 뒤였던 터라 "다소 얻는 바가 적은 책"이었다고 솔직하게 평가하면서도, 몇 가지 개념은 새롭게 배웠다고 짚었다. 책이 소개한 제품 서비스 시스템(PSS, Product Service System) 관점은 차별화된 제품을 서비스와 함께 설계하는 시각으로 흥미로웠고, 쇼스탁(Shostack)이 말하는 '사용자'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엔지니어와 마케팅 책임자를 가리킨다는 대목은 이후 책의 다른 부분에서 사용자를 통상적 의미로 다시 쓰는 것과 뒤섞여 혼란스러웠다고 적었다. '기계론적 접근'은 쉽게 이해됐지만 '전체론적 접근'은 잘 와닿지 않았다는 소감도 남겼는데, 이는 앞서 정리한 5원칙 중 Holistic이 실제로는 직관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개념이었음을 보여주는 초기 반응이다. 이밖에 '변화 디자인'이라는 용어, 민족지학(民族誌學, ethnography의 한국어 번역어)이라는 표현, 의료·건강 분야에 특화된 서비스 디자인 전문 회사(Fuelfor) 등을 책을 통해 새로 접했다고 기록했다.
이 서평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더블 다이아몬드(Double Diamond)를 둘러싼 혼란이다. 이재용은 2005년 영국 디자인협회가 발표한 더블 다이아몬드를 서비스 디자인 공부 과정에서 접했기에 당연히 서비스 디자인 고유의 방법론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정작 이 책의 저자는 더블 다이아몬드를 전통적인(제품·산업) 디자인에 속하는 프로세스로 구분하고, 서비스 디자인은 그와 달리 열린 과정(open process)이라고 설명해 혼란스러웠다고 적었다. 이는 같은 시기 pxd 내부에서 더블 다이아몬드를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로 폭넓게 채택해 가던 흐름(디자인 컨설팅 프로세스 참고)과, 원서가 구분하려 한 '전통적 디자인 vs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경계가 실무 현장에서는 명확히 합의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서평은 컨설팅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유럽 컨소시엄·밀란 폴리테크와 협력해 PSS 개발 방법론을 만들었다는 책 속 언급을 향후 더 알아보고 싶은 궁금증으로 남기며 끝맺는다.
서비스 중점적 논리(SDL)와 SDL-20/20 — 가시선 개념의 확장 (2014)
2013년 core77에 게재된 뒤 pxd가 저자 서면 허락을 받아 번역한 글은, 서비스 디자인의 이론적 토대를 서비스 중점적 논리(Service-Dominant Logic, SDL)로 옮겨 Shostack의 가시선 개념 자체를 재구성한다. 저자 테니슨 핀헤이로(Tennyson Pinheiro)와 마우리시오 만하에스(Mauricio Manhaes)는, Robert Lusch와 Steve Vargo가 2004년 제안한 SDL — 서비스를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무형 자산을 응용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관점 — 을 근거로, Customer Journey Canvas(Stickdorn & Schneider 2010)나 Business Model Generation Canvas(Osterwalder & Pigneur 2010)를 포함한 기존 서비스 디자인 도구들이 여전히 상품 중심적인 제품 중점적 논리(goods-dominant logic)에 뿌리를 두고 있어, 무형 자산과 빅데이터가 좌우하는 오늘날의 서비스 혁신을 온전히 포착하지 못한다고 진단한다.
이들의 비판은 곧바로 앞서 다룬 Shostack의 가시선(Line of Visibility) 개념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시간(time)을 축으로 삼는 전통적 서비스 청사진 기법으로는 서비스가 '순차적 사건의 연속'만이 아니라는 점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SDL-20/20(SECI+Design Logic 20/20) 프레임웍으로, 발견(Discovery)-정의(Definition)-발전(Development)-전달(Delivery) 4단계와 고객·서비스 제공자 두 축을 교차시켜 기존 5개였던 블루프린팅 컨텍스트를 20개로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 청사진의 '물리적 증거(physical evidence)'는 저장·전달 가능한 무형 요인까지 포괄하는 명시적 정보(Explicit Knowledge)로 재정의된다.
저자들은 미용실 서비스를 예로 들어 프레임웍을 검증한다. 손님과 미용사가 스타일 선호·시술 결과에 대해 나누는 합의와 경험은 서비스가 끝나는 순간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지지만, 발견 단계에서 미용사의 사진·평가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정의 단계에서 스타일 카탈로그·화학 제품 정보까지 명시화한다면 이후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서비스 조직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사물의 물리적 흐름을 문서화하는 것을 넘어 정보를 사회화·표면화·결합·내면화(SECI)하는 지식 형성 과정 자체를 설계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서비스 디자이너의 정체성 — Oxford Saïd 경영대학 사례
'서비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 논의와 별개로, '서비스 디자이너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옥스퍼드 대학 Saïd 경영대학원의 연구과제로 제작된 영상 'What do service designers do?'(Lucy Kimbell)는 서비스 혁신·디자인 컨설턴시 live|work(런던)와, 옥스퍼드 연구팀에서 파생돼 개인화된 의약품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g-Nostics가 6일 동안 전형적인 컨설팅 회사의 작업을 재현하는 과정을 다룬다.
영상은 서비스 디자이너를 다른 직업과 구별하는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서비스 디자이너는 '사용자'나 '고객'이 아닌 '인간(human)'의 경험을 전체와 세부 양쪽에서 관찰한다. 둘째,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만지고 볼 수 있게(tangible) 만든다. 셋째, 서비스 개념(concept) 자체를 창조한다. 이는 위에서 다룬 이재용의 5원칙 재해석 중 Evidencing(구체화)·Holistic(총체성) 원칙과 맥이 닿으며, 이재용이 앞서 UX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다룬 영상을 소개한 것(UX와 UI의 차이 참고)과 대비되는, 서비스 디자이너라는 직무 고유의 정체성을 조명한 사례다.
후속 독후감 — '시간'이 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이라는 재확인
이재용은 4년 뒤(2016년) 『서비스 디자인: 실무에서 들춰보는 인사이트』(앤디 폴리인·라브란스 로이빌리·벤 리즌 지음)를 리뷰하며 이 책을 "서비스 디자인의 교과서"라 평했다. 이 책 역시 User-Centered · Co-creative · Sequencing · Evidencing · Holistic 다섯 요소를 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으로 제시하는데, 앞서 『This Is Service Design Thinking』을 리뷰하며 이재용이 재정리했던 5원칙과 사실상 같은 틀이다. 다만 이번 리뷰에서는 다섯 요소 중에서도 '시간(Sequencing)'이 서비스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확신을 명확히 한다: 단순 배치를 시간 순으로 나열하면 인터랙션 디자인이 되지만, 서비스 디자인은 여기에 holistic·맥락적 관점이 더해져 훨씬 긴 시간 축을 다루게 되고, 이렇게 '시간상에서 흘러가 사라지는 것'을 다루기 때문에 서비스를 눈에 보이게 만드는 Evidencing(명백하게 만들기)이 특히 까다로워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서비스 디자인의 대표 도구들은 대부분 '시간 축'을 기본 골격으로 삼는다.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와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이 대표적이며,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Agent)의 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지점을 터치포인트(Touchpoint)라 부른다. 이재용은 서비스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단순히 잘 기능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어 서비스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 전망하며, 이 책이 이론·방법론·사례를 균형 있게 담아 입문자와 심화 학습자 모두에게 필독서라고 결론짓는다.
2012 pxd talks 13 — Jamin Hegeman의 Journey Map·Service Blueprint 강연
Shostack의 원전과 Stickdorn·Schneider의 5원칙이 소개되기 이전, pxd는 2012년 11월 사내 강연회 pxd talks 13회에서 미국 디자인 컨설팅사 Adaptive Path의 디자인 이사 제민 헤게만(Jamin Hegeman)을 초청해 'Service eXperience Design'을 주제로 실무 도구 사용법을 직접 배웠다. 강연은 크게 두 세션—"Mapping the Journey + Service Blueprints"와 "Pollinating Business Culture With SX"—으로 구성됐다.
첫 세션에서 헤게만은 기존 UX가 제품의 화면(스크린)에만 집중해 그 너머의 프로세스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저니맵(Journey Map)을 스크린 너머 사용자의 총체적 경험 프로세스를 시각화하는 도구로 제시했다. 저니맵은 ① 사용자 목표 설정 → ② 6가지 빌딩 블록(Action·Emotions·Needs·People·Context·Products and Services) 채우기 → ③ 여정의 Stage 구분 → ④ 감정 그래프로 시각화하는 순서로 제작하며, 그래프에서 낮은 지점은 개선하고 높은 지점은 더 강화하는 식으로 이후 디자인 작업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그가 남긴 5가지 실무 레슨은 다음과 같다: 저니맵은 리서치 이후에 만들어야 데이터를 스토리로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출발점·도착점을 미리 고정하면 그 앞뒤의 행동을 놓칠 수 있다는 것, 스크린 버튼 같은 미시적 컨트롤부터 조직 전체까지 스케일을 오가며 봐야 한다는 것, 디자인 팀 외부(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위해 시각화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저니맵은 디자이너의 부연 설명 없이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소개된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은 대략적인 스토리·아이디어가 도출된 이후 제작하는 도구로, 미래 경험의 프로토타입이자 프로젝트의 전략적 계획 도구, 그리고 소비자 경험이 반영된 운영 도구(Operation Tool)로 기능한다. 저니맵과 마찬가지로 빌딩 블록—Customer actions·Touch points·Staff Actions·Line of visibility(가시선)·Backstage staff·Support processes—을 채워 완성하며, 포스트잇부터 엑셀·일러스트까지 상황에 맞게 fidelity를 조정해 그릴 수 있다. 헤게만은 청사진 작성 시 블록 사이 빈 공간을 억지로 메우기보다 사용자의 목표(골) 관점에서 채워야 하고, 서비스 전체가 아니라 집중해서 봐야 할 부분만 그려야 하며, 현재 상태와 미래 상태의 청사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발견·해소하는 전략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사진을 제대로 그리려면 프로세스 엔지니어링·마케팅·비즈니스·테크놀로지·변화 관리 등 여러 분야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수라고 짚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UX(사용자 중심)·CX(고객 중심)처럼 특정 대상에 집중하는 기존 X 개념들과 달리, SX(Service eXperience)는 사용자·스탭·조직·터치포인트 전체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객 상담 서비스 개선 사례를 통해 헤게만은 실무 진행 순서를 제시했다—저니맵으로 클라이언트와 소통을 시작하되, 저니맵만으로는 "그래서 다음엔 뭘 해야 하나"라는 반응에 답할 수 없으므로 구체적 솔루션인 미래 상태 청사진을 제시하고 비교하며, 이후 다른 Stage의 청사진들을 추가하고, 마지막으로 전략과 예상 결과를 담은 Business case로 설득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SX를 지속하려면 디자이너가 청사진·저니맵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클라이언트와 진정한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VP(Vice President)급의 지지를 확보하고, 서비스 디자인의 내부 지지자를 찾아 정보를 전파하고, 프로세스 엔지니어를 길러내고, 청사진을 로드맵으로 발전시키고, 전체 서비스를 한눈에 조망하는 공유 도구인 SX Wall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강연은 Shostack의 1984년 원전 리뷰(2011)와 5원칙 재정리(2012)의 중간 시점에 열린 것으로, 이재용의 이론적 재해석과는 별도로 실무자가 저니맵·청사진을 실제로 어떻게 그리고 조직에 활용하는지 구체적 빌딩 블록과 절차 수준까지 보여준 실습형 기록이다. 이듬해 열린 Service Experience 2013 컨퍼런스에서 다시 등장하는 '내부 이해관계자 정렬'·'조직 문화'라는 문제의식이 이 강연에서 이미 SX Wall·VP 서포트 같은 구체적 제안으로 예고되어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실습 사례 — Cooper Service Design Immersive 워크숍 (2018)
이론적 논의와 별개로, 실제 실무 워크숍에서 5원칙이 어떤 산출물로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기록도 있다. 2018년 8월 pxd의 해외 교육 지원으로 한 참가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틀간 진행된 Cooper Service Design Immersive 과정을 수료했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마케터·기업 경영인 등 다양한 직군 12명이 참여한 이 워크숍은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를 Discover → Describe → Determine → Develop → Deliver 5단계로 구성한다. 이는 앞서 다룬 5원칙(User-Centered·Co-creative·Sequencing·Evidencing·Holistic)과는 별개로, 실무 진행 단계를 나타내는 프로세스 모델이며, pxd가 기본 골격으로 삼는 더블 다이아몬드(Discover-Define-Develop-Deliver)와 비교했을 때 Determine과 Deliver 단계가 더 세분화된 구조다.
워크숍의 실습 주제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가 겪는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이었다. Discover 단계에서는 필드노트·사용자 액션·생각과 느낌·다른 사람들의 액션을 축으로 서비스 환경을 기록하는 서비스 에코시스템(Service Ecosystem)을 작성했다. Describe 단계에서는 도메인 지식과 직감에 기반해 빠르게 만드는 임시적 퍼소나(provisional persona)와, 경험의 범위·서비스 사용 단계·고객의 생각과 느낌·행동·터치포인트/디바이스·사람과 환경·고객 가치·제공자 가치를 축으로 하는 저니맵(Journey Map)을 작성했다. Determine 단계에서는 도출된 기회를 개선 효과×실현 가능성 매트릭스에 매핑한 뒤, 중요한 기회를 'How might we...?' 인덱스 카드로 만들어 고객 가치·비즈니스 가치·조직 수용 가능성·직감 네 축으로 0~10점을 매겼다.
Develop 단계에서는 기회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만든 뒤 이를 반대로 뒤집어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배드아이디어 콘테스트로 아이디에이션을 진행하고, 프론트/백스테이지와 외부 요소로 구성된 서비스 청사진(Service Blueprint)을 작성한 뒤, 솔루션 사용자 입장이 되어 물리적으로 반복 연기해보는 바디스토밍(Bodystorming)으로 프로토타이핑했다. 마지막 Deliver 단계에서는 경영자(ROI·비즈니스 목표)·운영(효율성·유지 가능성)·기술(시간·기술적 타당성) 등 이해관계자별 관심사를 고려해, 세부 기능이 아닌 디자인 의도와 사용자·비즈니스 목표에 초점을 맞춰 결과를 공유했다. 이 워크숍 기록은 이재용이 정리한 5원칙 중 특히 Sequencing과 Evidencing이 실무에서 저니맵·서비스 청사진·바디스토밍 같은 구체적 도구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실습형 사례다.
관련 개념
- 사용자 여정 분석 —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와 직접 연결되는 시간 축 기반 분석 기법
- UX와 UI의 차이 — 같은 저자가 같은 해(2012)에 제시한 UI-UX 구분 논의, 이 글의 "서비스 디자인 − Evidencing = UX" 공식과 직접 연결. 유사한 형식으로 UX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다룬 영상 소개 사례와도 대비됨
- 디자인 사고 — IDEO의 Design Thinking과 대비되는 서비스 특화 사고 프레임워크
- UX 5단계 요소 모델 — 가렛(Garrett)의 Strategy-Scope-Structure-Skeleton-Surface와 유사하게 계층적으로 UX를 분해하는 모델
- 사용자 중심 디자인 — User-Centered 원칙과 UCD·HCD 논의의 연결점
- 서비스 비즈니스의 원칙 — 서비스업 운영 관점에서 본 또 다른 서비스 디자인 개념 페이지
- UI 근본 문제와 UX 핵심 4단계 — 같은 저자가 제시한 또 다른 UI/UX 자원 배분 프레임워크
- 서비스 디자인 툴킷 — 5원칙 같은 이론적 프레임워크 대신 Method Card 등 실무 도구 형태로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사례
- 디자인 컨설팅 프로세스 — Engine Group 설립자 Joe Heapy의 실무적 서비스 디자인 정의(Touchpoint→Organisation)와 KIDP 워크숍 사례가 담긴, 이 5원칙과 대비되는 실전 관점
- 서비스디자인 컨퍼런스 2011 — 같은 저자(이재용)가 이 5원칙을 정교화하기 앞서 남긴, 국내에 서비스 디자인 개념이 막 소개되던 2011년 초기 수용기의 기록
- 디자인 컨설팅 프로세스 — pxd가 실무에서 채택한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 2011년 서평이 지적한 '전통적 디자인 vs 서비스 디자인' 경계 혼란과 대비되는 기록
- 제조업 서비스화와 UX — PSS(Product Service System) 관점을 제조업 서비스화 논의로 확장한 개념 페이지
- 래피드 퍼소나 워크숍 — 정교한 리서치 없이 짧은 시간에 만드는 임시 퍼소나라는 점에서 Cooper 워크숍의 provisional persona와 같은 접근
- Cooper Visual Interface Design 워크숍 — 같은 Cooper사가 2014년 진행한 Visual Interface Design 워크숍(Research-Translate-Archetype-Document) 참가 후기
- Service Experience 2013 컨퍼런스 — 이 강연의 강연사인 Adaptive Path가 주최한 이듬해 서비스 디자인 컨퍼런스, 내부 이해관계자 정렬·조직 문화라는 같은 문제의식의 후속 논의
출처
- [독후감] This Is Service Design Thinking — 2012-04-11, 이 재용
- 서비스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는가? — 2011-05-30, 이 재용
- [독후감] 서비스 디자인 - 실무에서 들춰보는 인사이트 — 2016-05-25, 이 재용
- 서비스 디자인의 시작 - Designing Services That Deliver — 2011-06-02, 이 재용
- [해외교육] Cooper Service Design Immersive — 2018-10-04, 알 수 없는 사용자
- A New Perspective on Service Design, Knowledge and… Hair Salons!? — 2014-07-01,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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