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삶의 철학
서울대 김민수 교수가 진행한 6주짜리 강의 시리즈 '디자인 역사 산책'의 첫 회는 이후 이어질 바우하우스, 이탈리아·일본·한국 디자인사 강의에 앞서 "역사를 어떤 자세로 배워야 하는가"를 다루는 오리엔테이션이었다. 핵심 태도는 영화 '아바타'의 대사 "I see you"로 요약된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아는 것, 그리고 주체성을 가지고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태도가 역사를 배우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의는 한국 디자인의 성장 이면에 있는 한계를 짚는다. 1988년 올림픽 이후 26년간 급속히 성장했지만, 일본식 도안 양식을 답습해 내용과 맞지 않는 형식주의에 머무르거나 철학 없이 유행만 좇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비되는 사례가 디터 람스와 BRAUN의 관계다. 유행이나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제품에 일관되게 축적시킨 결과, BRAUN 제품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며 브랜드 고유의 입지를 지켜내고 있다. 국내 사례로는 통영의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 언급되는데, 섬과 바다로 이루어진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로고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예로 소개된다.
강의가 전하는 메시지는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의 맥락 위에서 한 단계씩 정제되어야 하며, 예쁘게 꾸미는 것은 환경미화일 뿐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삶과 철학이 담겨야 비로소 생명력 있는 디자인이 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 공동체의 신뢰와 믿음, 그리고 자신이 속한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강의는 미술 평론가 존 버거(John Berger)의 "우리가 볼 수 있을 때, 우리 또한 보여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는 말로 마무리되며, 디자이너 스스로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과 정체성을 갖추는 것이 디자인 이전에 필요한 자세임을 강조한다.
핵심 내용
- 역사를 배우는 태도 = "I see you":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이해하는 것
- 한국 디자인의 한계: 일본식 도안 양식 답습, 철학 없는 유행 추종
- 디터 람스 × BRAUN: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디자인 철학이 50년 넘게 브랜드 정체성을 지탱한 사례
- 통영 도시 브랜드 슬로건: 지역 정체성과 문화를 녹여낸 국내 공공 디자인 사례
-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 맥락 위에서 정제되는 과정이며, 예쁘게 꾸미는 것(환경미화)과 구별됨
관련 개념
- 독일 바우하우스와 근대성 — 같은 '디자인 역사 산책' 시리즈 2주차 강의
- 이상과 융합예술 — 같은 '디자인 역사 산책' 시리즈 3주차 강의
- 이탈리아 디자인과 인본주의 — 같은 '디자인 역사 산책' 시리즈 4주차 강의
- 일본 디자인의 역사와 디자이너들 — 같은 시리즈 5주차 강의
- 한국 디자인의 역사와 과제들 — 같은 '디자인 역사 산책' 시리즈 6주차이자 마지막 강의 후기
- 디자인의 정의와 본질 — 디자인 철학이 제품의 본질을 규정한다는 관점의 다른 사례(스티브 잡스)
- 헨리 드레이퍼스와 토탈 디자인 — 같은 강의 교재 '필로디자인'에서 다뤄진 미국 산업 디자이너 사례
- 건축과 융합적 인간 — 같은 pxd talks 강연 시리즈에서 다룬 건축가들의 인간 중심 디자인 철학
- 디자인 다큐멘터리 Objectified — 디터 람스가 직접 출연해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출처
- [디자인 역사 산책 1] 디자인과 삶의 철학 — 2014-03-13,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