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우하우스와 근대성

서울대 김민수 교수의 6주짜리 강의 시리즈 '디자인 역사 산책' 2주차는 바우하우스(Bauhaus)가 근대의 길목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다룬다. 강의는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 설립된 바우하우스가 단순한 조형 교육 기관이 아니라, 1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혼란에 빠진 독일 사회를 예술로 수습하려 한 정치적 기획이었다는 점을 짚는다. 초대 학장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는 과학적 원리에 기반한 새로운 예술이 사회에 새로운 질서를 세울 수 있다고 믿었다.

바우하우스의 설립 선언문에는 고딕 성당의 목판화가 담겨 있는데, 이는 성당 건축이 다양한 장인 기술을 통합하듯 건축을 중심으로 회화·조각·타이포그래피·그래픽·공예 등 모든 조형예술을 통합해 총체 예술로 나아가려는 열망을 상징한다. 바우하우스는 이론을 실천으로 연결한 교육 기관으로, 기초 조형을 통해 기본 원리를 가르치고 요소에서 전체를 구축하는 방식, 생산 방식과 과학적 합리성에 기초한 기술 혁신을 통해 삶의 형태를 새롭게 만들고자 했다. 혼란한 사회를 수습하려면 원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다소 독단적으로라도 체계를 세우고자 한 것이다. 강의는 역사가 랑케의 말을 빌려 "19세기 이래 근대 디자인의 모든 움직임과 철학이 바우하우스에서 결집되고, 20세기 현대 디자인은 다시 바우하우스의 물줄기로부터 흐르기 시작했다"고 요약한다.

건축적으로 데사우 국립바우하우스 校舍는 기둥으로 건물을 지지해 높게 치솟는 커튼월 공법을 사용, 지면에서 육중하게 쌓아 올리던 근대 이전 건축과 단절했다. 고전 건축이 앞·뒤·측면의 위계가 명확했던 것과 달리, 바우하우스 건물은 3차원적으로 인지해야만 전체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근대 건축의 예고편이었다.

강의는 오늘날 한국 디자인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이어진다. 바우하우스가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한 기본 원칙을 세워 오늘날까지 작동시키고 있는 반면, 한국의 주거 디자인·광고·박람회 등에서는 문화적 연속성 없이 과시적 소비와 비현실적 판타지를 좇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강의는 "실존 감각을 가져라. 본질에 충실하라. 기본 쌓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이로부터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것이 공존하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같은 강의 초반에는 청중 질문에 대한 답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 사례도 다뤄지는데, 교수는 UX를 UI와 분리된 독자 영역으로 다루면 커뮤니케이션의 보편성을 놓친 결과물(세계인이 로고를 '평창의 ㅍ'으로 읽어낼 가능성이 낮은 점, 지각 우선순위가 레이어로 조절되지 않은 점)이 나온다고 지적한다.

핵심 내용

  • 바우하우스(1919, 바이마르): 그로피우스가 설립, 새로운 예술로 전후 독일 사회 혼란을 수습하려 한 정치·조형 통합 기획
  • 설립 선언문의 고딕 성당 목판화: 건축을 중심으로 모든 조형예술을 통합하려는 총체 예술 지향
  • 이론과 실천의 결합, 기초 조형에서 전체로 확장하는 교육 방법론
  • 데사우 바우하우스 건물: 커튼월 공법으로 지어진 3차원적 근대 건축의 예고편
  • 랑케의 역사관을 빌린 요약: 근대 디자인이 바우하우스로 모였다가 다시 바우하우스로부터 현대 디자인이 흘러나옴
  •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 사례: UX를 UI와 분리하면 보편적 커뮤니케이션과 지각 우선순위를 놓친다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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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업데이트: 2026-07-18 | 출처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