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그래피와 서체 디자인

2013년 윤디자인연구소가 초청한 모노타입社 폰트 디렉터 고바야시 아키라(Akira Kobayashi)의 세미나를 정리한 글로, 헤르만 차프(Hermann Zapf)의 저서에 감명받아 폰트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체 디자인의 실무 원칙을 다룬다. 핵심 주장은 개별 글자의 형태미보다 글자와 글자 사이 간격의 균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같은 거리라도 곡선(O, C)과 직선(M, E)이 만나는 조합마다 시각적 여백이 달라지므로, 단어·문장 단위로 조합했을 때의 리듬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를 훈련하려면 인쇄된 글자를 오려 직접 배치해보는 연습이 유효하다고 말한다.

서체 제작 과정은 한 글자에서 파생된 형태를 재사용하며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 예를 들어 'a'의 둥근 부분으로 'n'을, 'n'에 선을 더해 'h'를 만들고, 별도로 만든 'o'와 'h'를 조합해 'b'를, 이를 뒤집어 'p'를 얻는 식이다. 이 때문에 초기 글자 하나를 수정하면 파생된 모든 글자를 함께 수정해야 한다. 로마자는 자소 수가 적은 대신, 특정 글자쌍(T-o, A-T, L-Y, r-. 등)의 간격을 개별 조정하는 커닝(kerning) 작업에 많은 시간이 든다 — 예외 변수가 많을수록 검토해야 할 조합이 기하급수로 늘어나 한 벌의 서체를 완성하는 데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패밀리 서체를 만들 때는 얇거나 보통 굵기보다 두꺼운 굵기를 실험해보는 것이 아이디어의 확장성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서체의 국적별 스타일 차이는 크지 않으며, 아시아 출신이라도 관찰력과 안목을 훈련하면 좋은 로마자 서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소니(Sony)처럼 다국어를 지원해야 하는 대기업 전용서체를 만들 때는 디자이너 혼자가 아니라 각 언어권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전체 방향을 조율하는 디렉션 역할이 중요해진다. 서체는 사용 기간(단기 캠페인 vs 수십 년 쓰이는 기업 서체)에 따라 다르게 설계해야 하며, 스크린 환경에서는 한때 자간과 애퍼처(aperture)를 넓힌 웹 전용 서체(Helvetica eText 등)가 쓰였지만,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인쇄물 수준으로 좋아지면서 점차 인쇄용 서체를 그대로 활용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서체 리디자인은 유행을 좇기보다 현재 기술·환경에 맞게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강조되는데, Optima의 경우 과거 사진식자 기술의 한계로 뾰족해졌던 끝부분을 원래 형태에 가깝게 다듬은 사례가 소개된다. 좋은 폰트란 결국 흑(활자)과 백(여백)의 균형 잡힌 리듬감으로 가독성을 높인 것이라는 정의로 세미나는 마무리된다.

핵심 내용

  • 개별 글자의 조형미보다 글자 사이 간격의 균형(자간)이 가독성의 핵심
  • 서체 제작은 한 글자의 구성 요소를 재사용해 다른 글자로 확장하는 방식
  • 커닝: 특정 글자쌍의 간격을 개별 조정해 시각적으로 고른 리듬을 만드는 작업, 서체 하나당 6개월~1년 소요
  • 패밀리 서체 설계 시 두꺼운 굵기를 우선 실험해보는 것이 확장성 검증에 유리
  • 다국어 기업 전용서체는 디자이너 개인의 스킬보다 여러 전문가를 조율하는 디렉션 역할이 중요
  • 사용 기간(단기 캠페인 vs 장기 기업 서체)에 따라 디자인 방향이 달라짐
  • 서체 리디자인은 유행이 아니라 현재 기술·환경 최적화가 목표
  • 좋은 폰트의 정의: 흑과 백의 균형 잡힌 리듬감을 통한 가독성

관련 개념

출처

최종 업데이트: 2026-07-15 | 출처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