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Conference London 2019
2019년 2월 말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린 UX Conference London 2019(2019년 5월 열리는 별개 행사인 2019 UX London 컨퍼런스와는 다른 컨퍼런스) 참관 후기는 두 편으로 나뉘어 작성됐다. 후기 작성자는 예년에 UX와 기술 분야 연사가 많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UX를 마케팅·비즈니스 관점에서 다루는 연사가 두드러졌다고 짚으며, 마케팅과 비즈니스도 오래전부터 사람·사회·문화의 트렌드를 고려해 프로세스를 구성해왔다는 점에서 UX 관점과 맞닿아 있다는 인상을 전한다. 1편은 UX와 마케팅·비즈니스의 접점을 다룬 세 세션을, 2편은 사이코그래픽 기반 개인화와 마케팅·UX 협업 공간 디자인을 다룬 두 세션을 소개한다.
Martyn Reding(Head of Digital Experience, Virgin Atlantic)의 세션 "UX & Marketing - You're More Alike than You Think"는 "UX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아직 어린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UX 디자인은 오래전부터 책 디자인·산업 디자인 등 다른 학문의 지식과 도구를 흡수하며 성장해 왔고, 오늘날 각광받는 UX 개념들은 사실 과거 마케팅 분야에서 이미 다뤄지던 것이라는 관점에서 네 가지 대응 관계를 제시한다. ① DesignOps는 1966년 뉴욕의 Unimark 스튜디오가 여러 분야 전문가를 모아 프로세스·툴·라이브러리로 운영하던 스튜디오 매니지먼트에서, 오늘날의 디자인 시스템과도 이어지는 디자인 매니지먼트(Design Management)로 발전했다. ② UX 리서치는 1952년 David Ogilvy가 광고가 사람의 생각·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분석한 동기조사(Motivational Research)에서, 정성·정량 리서치를 통해 통찰과 시장 기회를 포착하는 크리에이티브 전략(Creative Strategy)으로 이어졌다(ResearchOps 참고). ③ UX 라이팅은 1949년 BBDO의 Bill Bernbach가 디자인(Art)과 콘텐츠(Copy)를 분리해 연구하던 접근에서, 스토리와 비주얼을 함께 강조하는 오늘날의 UX 라이팅 실무로 발전했다. ④ 디자인 시스템은 1965년 영국 철도 사이니지를 설계한 Gerald Barney의 브랜드 언어 기반 계층 구조에서,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여러 맥락을 아우르는 브랜드 플랫폼(Brand Platform)으로 확장됐다. 그는 이 네 가지 사례를 통해 새로운 UX를 시도할 때 다른 분야의 과거 성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세션을 마쳤다.
Jessica Lovegood(AVP UX designer, Barclays, 전 Booking.com)는 "Growing a business with UX, but not chasing money" 세션에서 "좋은 비즈니스가 곧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소비자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만든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비즈니스 성장에는 돈을 더 버는 방법(예: Booking.com의 시간·수량 제한 마케팅)과 돈을 아끼는 방법(예: 인력 감축)이 있지만, 후자는 단기 성과에 비해 장기적 리스크가 크므로 견고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속적 성장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 좋은 프로덕트가 곧 무료 마케팅이다 — 구전 효과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마케팅 요소이며(Steve Swasey, 전 Netflix Communications VP), 좋은 경험의 공유는 기업 입장에서 비용 없는 마케팅이 된다. ② 비즈니스 성공은 소비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 기업 내부 인원의 10%가 행복하면 그 제품을 쓰는 소비자의 10%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연구를 근거로,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효율적인 내부 프로세스와 구성원의 행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③ 마케팅은 효율적일수록 좋다 — 소셜 미디어 마케팅이 널리 쓰이는 이유로 마이크로 타게팅(Micro-targeting)의 정밀도를 꼽는다.
Anat Treanor(UX Lead, Ocado Technology)는 "It's not you, it's UX" 세션에서 로봇 기반 무인 컨베이어 물류 시스템으로 유명한 온라인 슈퍼마켓 Ocado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와 프로덕트 사이의 마찰(friction)을 줄이는 방법을 다룬다. 오늘날 비즈니스는 신문(1440)·전화(1876)를 시작으로 넷플릭스·애플 등을 거쳐 구매·이용 방식이 구독 기반으로 전환되는 구독 경제(Subscribe Economy)로 향하고 있는데, 구독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쉽게 이탈당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UX 디자이너는 마찰 감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디자인 과정에서 고려할 네 가지는 ① 작은 변화를 만들고 결과를 측정하는 Agile 접근, ② 최소한의 형태로 시작하는 MVP(MVP 중심 애자일 프로젝트 운영 참고), ③ 구독 모델의 사용자를 단순 '구매자'로 단정하는 위험을 경계할 것, ④ 한 명의 유저만 보고 전체 사용자를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 것이다. 마찰을 줄이는 네 가지 실천 방법으로는 ① Avoid Friction — 입력 오류를 짚어주거나 최적 배달 시간을 제안하는 등 사용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정보를 제공, ② Make it Sticky and Add Delight — 즐겨찾기를 앞쪽에 배치하고, 즐겨찾기가 없는 사용자에게는 판매자 큐레이션 기반 추천을 제공, ③ Everything Counts — 지속적인 사용자 조사·사용성 테스트로 에러를 찾아 줄이기, ④ Listen but then act too — UX 디자이너는 벤 다이어그램 중앙에 홀로 위치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관련된 모든 분야를 이해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사이코그래픽 기반 개인화 UX와 마케팅-UX 팀의 협업 공간 디자인이라는 다른 두 세션을 다룬다. 하나는 Brainchimp의 소비자 심리학자 Patrick Fagan이 발표한 사이코그래픽(psychographic) 기반 개인화 UX이고, 다른 하나는 Which?의 Angela Arnold가 발표한 마케팅과 UX 팀 사이의 협업 공간 디자인이다.
사이코그래픽은 연령·성별·소득 같은 인구통계학적(demographic) 세분화가 한계에 부딪히며 떠오른 접근으로, 성향·가치관·태도·관심사·라이프스타일 같은 심리적 속성으로 소비자를 분류한다. Patrick Fagan은 이 접근을 상업적으로 활용해 논란이 된 Cambridge Analytica(페이스북 데이터를 불법 수집해 정치 메시지를 최적화하다 2018년 스캔들로 폐업)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사이코그래픽을 UX 디자인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접근은 인간의 뇌를 파충류의 뇌(생존·감각)·포유류의 뇌(감정)·인간의 뇌(사고·언어) 세 겹으로 나누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3중뇌 가설에 기대는데, 핵심 주장은 감정과 본능이 실제 결정을 내리고 의식은 그 결정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구매 욕구가 높아지는 실험처럼,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힘든 신호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
개인화 전략이 효과적인 이유로 Patrick Fagan은 세 가지를 제시했다. ① 관심을 끈다(Attention) — 뇌는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없어 이름처럼 자신과 관련된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문지기' 기제가 있다(칵테일 파티 효과). ② 설득이 쉽다(Persuade) —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대상에게 더 쉽게 설득된다(히피 복장 실험 사례). ③ 공감을 산다(Resonate) — BIG5 성격 유형(개방성·외향성·신경증·우호성·성실성)에 따라 선호하는 음악·미술·이모지가 통계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예: 개방성이 높으면 복잡한 미술 작품과 재즈·클래식을, 우호성이 낮으면 섬뜩하거나 폭력적인 그림과 상어·악마 이모지를 선호). Fagan은 앞으로 생체 신호로 사람의 감정과 성격 유형을 실시간 판단해 개인화하는 방향을 전망하며 세션을 마쳤다.
Angela Arnold의 세션은 좋은 사용자 경험 뒤에는 좋은 사내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흔히 완전히 다른 목표를 좇는 것처럼 보이는 마케팅팀과 UX팀 사이에 가벼운 접촉(low-intensity contact)이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법을 제시한다. 소속감은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소속감을 느끼려면 가볍게 자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2008년 뉴욕이 차량 중심 거리를 사람 중심으로 바꾸자 머무는 사람과 점심 산책 인원이 크게 늘었다는 사례로 뒷받침). 이를 바탕으로 그는 네 가지 실천 방법을 제안한다: ① 마케팅·UX가 함께 문제를 정의하는 자리를 만들어 소속감을 형성하고 각 팀의 인사이트를 연결할 것, ② Business Model Canvas처럼 누구나 바로 쓸 수 있는 툴로 관계가 성장할 공간을 만들고 산출물이 아닌 원칙·내러티브 중심으로 대화를 끌어갈 것, ③ 발산·수렴을 반복하는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빠지기 쉬운 의사결정의 순간을 의도적으로 설계해 속도(momentum)를 잃지 않을 것, ④ 작은 배너 테스트로 전환율을 입증한 뒤 원래 제안(스마트 추천 기능)을 관철시킨 사례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을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 쉽게 만들 것. 이 과정에서 '태스크 완료율' 같은 비즈니스 지표와 UX 가치를 함께 측정하면 임원급 설득이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 결론이다.
핵심 내용
- Martyn Reding(Virgin Atlantic): 오늘날 UX 개념 4가지가 과거 마케팅 분야에 원형이 있음 — DesignOps←스튜디오 매니지먼트(1966 Unimark), UX 리서치←동기조사(1952 David Ogilvy), UX 라이팅←Art+Copy 분리(1949 Bill Bernbach), 디자인 시스템←브랜드 아이덴티티 매뉴얼(1965 Gerald Barney)
- Jessica Lovegood(Barclays): 비즈니스 성장 3원칙 — 좋은 프로덕트는 무료 마케팅(구전 효과) / 소비자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 행복도 성공에 기여 / 효율적인 마케팅(마이크로 타게팅)
- Anat Treanor(Ocado): 구독 경제(Subscribe Economy)에서는 사용자 이탈이 쉬우므로 마찰(friction) 감소가 UX 디자인의 핵심 과제, 4가지 실천법 — Avoid Friction / Make it Sticky and Add Delight / Everything Counts / Listen but then act too
- 사이코그래픽(psychographic): 인구통계 대신 성향·가치관·태도·라이프스타일로 소비자를 분류하는 접근, Cambridge Analytica 사례로 논란이 됨
- 3중뇌 가설: 파충류의 뇌·포유류의 뇌·인간의 뇌 구분에 기반해, 감정·본능이 결정을 내리고 의식은 사후 합리화한다고 설명(의학적으로 검증된 가설은 아님)
- 개인화가 효과적인 3가지 이유: 관심을 끈다(Attention) · 설득이 쉽다(Persuade) · 공감을 산다(Resonate)
- BIG5 성격 유형(개방성·외향성·신경증·우호성·성실성)에 따라 선호하는 음악·미술·이모지가 통계적으로 다름
- Angela Arnold: 좋은 UX는 좋은 사내 의사결정 구조에서 나온다, 마케팅·UX 사이 가벼운 접촉(low-intensity contact)이 장기적 협업 관계의 전제
- 마케팅-UX 협업 공간을 만드는 4원칙: 소속감 형성 / 관계 성장 공간 마련 / 의사결정 순간을 의도적으로 설계 / 함께 움직이기를 혼자보다 쉽게 만들기
- 비즈니스 지표(전환율, 태스크 완료율)와 UX 가치를 함께 측정하면 조직 내 설득 비용이 줄어듦
관련 개념
- 2019 UX London 컨퍼런스 — 같은 2019년 런던에서 열린, 이름이 비슷하지만 다른 컨퍼런스(UX LONDON)의 후기
- 데이터 기반 퍼소나 — 사용자를 세분화된 속성으로 분류해 개인화한다는 점에서 사이코그래픽과 맞닿는 접근
- 행동경제학과 UX — 의식적 판단보다 감정·본능이 결정을 좌우한다는 3중뇌 가설의 문제의식과 연결
- 넛지와 다크 패턴 — 배경음악처럼 의식하기 힘든 작은 신호가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사례와 연결
- 그로스 해킹과 데이터 드리븐 조직문화 — 마케팅 지표와 UX 가치를 함께 설계해 조직적 합의를 이끄는 유사한 문제의식
- 디자인 시스템 — Martyn Reding이 언급한 브랜드 매뉴얼→브랜드 플랫폼 진화의 도착점
- ResearchOps — 동기조사에서 발전한 UX 리서치 체계화 논의와 맞닿는 개념
- UX 라이팅 — Art+Copy 분리에서 이어진 콘텐츠·비주얼 통합 실무
- MVP 중심 애자일 프로젝트 운영 — Anat Treanor가 마찰 감소 설계 과정에서 강조한 Agile·MVP 접근
출처
- UX Conference London 2019 후기 (1/2) — 2019-04-01, 김민우 (Minwoo Kim)
- UX Conference London 2019 후기 (2/2) — 2019-04-08, 박재현 (Jaehyun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