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의 디자인
pxd 이재용은 "중급 UX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연재에서, 그동안 UX/UI 디자인이 사실상 공간(화면) 위의 디자인에 머물러 있었다고 지적한다. 화면이라는 제한된 자원 위에 어떤 요소를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하는 것이 와이어프레임·스토리보드 같은 문서 작업의 본질이었다. 이때 Edward Tufte의 "adjacent in space rather than stacked in time"(정보 디자인 원칙 참고) 원칙이 중요한 지침이 된다. 비교가 필요한 정보를 클릭 등 조작을 거쳐 하나씩 순차적으로("stacked in time") 보여주지 말고, 같은 공간에 동시에 펼쳐놓아("adjacent in space") 불필요한 인터랙션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서비스 디자인의 부상과 함께 시간 위에서 사용자를 분석하고 설계하는 일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여정 지도(Journey Map)는 시간의 흐름 속 사용자 감정을 분석·설계하는 도구로 채용되었지만, 공간 설계의 Framework(네비게이션·작업 영역 구분)에 대응하는 큰 틀의 구분에 그칠 뿐, 화면 설계서처럼 시간의 영역과 시나리오를 잘게 나눠 기술하는 문서 형식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시간 설계 역량이 앱 서비스에서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앱을 처음 본 순간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그다음 날은 무엇을 알려야 하는지를 치밀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무료 앱의 리텐션은 곤두박질친다.
"기능을 공간에 그리지 말고 시간에 그려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pxd 김이식 상무의 말을 빌리면, "인터넷 혁명의 핵심은 공간의 한계(접근성)를 극복한 것이고, 모바일 혁명의 핵심은 시간의 한계(즉시성)를 극복한 것"이다. 웹·PC 앱과 달리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모바일 앱은 적절한 시점에 푸시 노티나 다른 신호로 사용자의 주의를 끌 수 있다. 예를 들어 택시 앱을 설계할 때, 초급 디자이너는 지도·현재 위치·즐겨찾기를 화면 어디에 배치할지 고민하지만, 중급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큰 길가로 나갔을 때 무엇을 보여줄까", "밤 12시에 앱을 켰을 때와 아침 8시에 켰을 때 각각 무엇을 먼저 보여줄까", "택시를 타고 내렸을 때 각각 무엇을 보여줄까"와 같이 이벤트와 시점 단위로 상호작용의 시작점을 설계해야 한다. 구글 나우가 월요일 아침 날씨와 출근 소요 시간을 미리 알려주는 것, 카카오 택시가 승차 시 안심 문자 발송을 묻고 하차 시 기사 평가를 요청하는 것이 이런 시간 설계의 사례다. 이렇게 잡은 상호작용의 시작점을, 이후 사용자가 원하는 만족감까지 이어지는 흐름으로 완성하는 설계가 필요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자원은 개인별 데이터다.
Fabricio Teixeira의 "The State of UX in 2016"은 "픽셀 디자인의 종말"을 이야기하며 Designing Around Time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Smashing Magazine의 Anders Toxboe는 "Beyond Usability: Designing With Persuasive Patterns"에서 특정 사건을 기점으로 설득적 전개를 이어가 목표를 이루는 Closing the Deal, 즉 Designing the Experience Over Time을 강조했다. 다만 시간 위에 설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여전히 공간 위에 펼치는 데 더 익숙하기 때문이며, 사용자 여정 지도나 서비스 블루프린트처럼 시간 축을 중심으로 하는 설계 도구가 더 발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중급 UX 디자이너의 과제로, 앱의 첫 화면 설계에 그치지 말고 사용자의 첫 일주일을 설계해볼 것을 제안한다—오늘 처음 방문한 사용자가 "왜 내일 다시 방문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설계에 담는 일이다.
이재용은 2017년 "UX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 글에서도 Teixeira의 "픽셀의 종말"과 Designing Around Time을 다시 인용하며, 우버 앱처럼 공간이 아닌 시간 흐름에 맞춰 인터페이스를 펼치는 설계가 UX의 미래를 가늠하는 세 갈래 흐름 중 하나라고 재확인한다. 이 글에서는 시간 중심 설계 논의가 화면(픽셀) 중심 UI 축소, 그리고 Next Billion Users와 비문자 중심 UX로 이어지는 더 넓은 "UX 미래" 예측의 한 축으로 다뤄진다.
핵심 내용
- 기존 UX/UI 디자인은 공간(화면) 위의 디자인에 머물러 있었음 (와이어프레임·스토리보드 중심)
- "기능을 공간에 그리지 말고 시간에 그려야 한다" — 이벤트·시점 단위로 상호작용의 시작점을 설계
- 여정 지도(Journey Map)는 시간 설계의 큰 틀(Framework)일 뿐, 화면 설계서에 대응하는 세밀한 시간 설계 문서는 부재
- 김이식: "인터넷 혁명=공간의 한계(접근성) 극복, 모바일 혁명=시간의 한계(즉시성) 극복"
- 사례: 구글 나우(출근 전 날씨·소요시간 안내), 카카오 택시(승차 시 안심문자, 하차 시 기사평가)
- Designing Around Time(Fabricio Teixeira), Designing the Experience Over Time / Closing the Deal(Anders Toxboe) — 시간 축 설계의 업계 논의
- 개인별 데이터가 시작점과 흐름을 설계하는 핵심 자원
- 실천 과제: "첫 화면"이 아니라 "사용자의 첫 일주일"을 설계하라
관련 개념
- 정보 디자인 원칙 — Tufte의 "adjacent in space" 원칙이 시간 위의 디자인 논의의 출발점
- 사용자 여정 분석 — 시간 흐름을 다루는 대표 도구인 여정 지도의 한계와 활용
- 암묵적 상호작용과 맥락 기반 알림 — 시간·위치 이벤트를 트리거로 삼는 설계의 실제 구현 사례
- Natural User Interface (NUI) — 화면 대신 시간의 흐름 속 대화를 설계하는 관점을 다른 각도(No UI 논의)에서 다룸
- 창의적 모방과 디자인 성장 — 같은 "중급 UX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연재의 다른 편
- Next Billion Users와 비문자 중심 UX — 같은 저자가 시간 중심 설계를 "UX 미래" 예측의 한 축으로 다시 인용한 후속 글
출처
- 중급 UX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7편 - 시간 위의 디자인 — 2016-06-02, 이 재용
- UX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 - UX for Next Billion Users — 2017-10-23, 이 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