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모방과 디자인 성장
피카소의 말로 알려진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은 창작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다. 스티브 잡스도 1988년 이 말을 인용했다. 여기서 copy와 steal의 차이는 '나'라는 주체가 담겨 있느냐의 차이다. 단순히 따라 그리는 것(copy)과, 핵심 원리를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철학으로 녹여내는 것(steal)은 근본적으로 다른 행위다.
디자이너가 초급에서 중급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모방은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학습 방법이다. 다만 모방의 단계와 방식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문기에는 잘 만든 사례를 수집·분석하고, 직접 따라 그려보는 학습이 효과적이다. 이때 핵심은 원본을 보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잊은 채 스스로 재현해 보려는 노력이다. 가이드라인을 꼼꼼히 학습하거나, 선임이 정한 규칙을 따르며 작업을 완성하는 것도 모방을 통한 학습에 해당한다.
파라프레이징(paraphrasing)은 모방과 표절(plagiarism)의 중간 지점에 있는 방법이다. 훌륭한 문장이나 디자인을 접했을 때, 그것을 즉시 따라 하지 않고 충분히 소화한 뒤 자기 언어로 재표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논지는 비슷하게 유지되지만, 자신만의 해석과 표현이 더해진다. 시간이 지나 어렴풋한 인상만 남았을 때 재현하면, 대개 핵심은 살아있으면서 자기만의 느낌이 배어난다.
초보를 벗어나 자기만의 개성을 만들어가는 단계에서는 두 가지 방법이 효과적이다. 첫째는 문제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다. 창의성은 갑작스러운 영감이 아니라 합리적 문제 해결에 가깝다. 로그인을 끝까지 미루거나, 장치 ID로 회원 가입을 없애거나, 한 번 로그인하면 재로그인이 불필요한 방식 등은 기존 해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그 철학을 모든 인터페이스에 일관되게 적용하면 독창적인 서비스 경험이 만들어진다. 둘째는 서로 다른 점을 연결하는 것이다. 전혀 다른 분야나 상황에서 쓰이던 것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PC에서만 쓰이던 컨트롤을 모바일에 도입하거나, 음악 앱의 앨범 탐색 방식을 다른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 그 예다.
중급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역량은 이미 충분히 이해한 서비스의 철학 안에서, 다른 서비스의 잘 된 부분을 과감하고 능숙하게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 전제가 갖춰졌을 때, 어디서 가져왔는지 알더라도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결과물이 나온다. 애플을 단순히 흉내 내는 것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근본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부 형태만 맥락 없이 차용하기 때문이다.
핵심 내용
- 모방은 입문기 학습의 핵심: 잘 만든 것을 분석하고 직접 재현해보는 과정
- 파라프레이징: 즉각 따라 하지 않고 충분히 소화한 뒤 자기 언어로 재표현
- 창의성 = 합리적 문제 해결: 기존 해법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결과
- 서로 다른 점 연결: 다른 분야·산업의 방법을 맥락에 맞게 이식
- copy와 steal의 차이: 주체('나')의 이해와 철학이 담겨 있느냐의 여부
- 원리를 모르고 베끼면 핵심을 놓치고, 일부러 빼야 할 것을 자랑스럽게 넣는 실수가 생김
- 중급의 기준: 자신의 철학 안에서 타 서비스의 장점을 능숙하게 흡수할 수 있는 능력
관련 개념
- UX 디자이너 성장과 리더십 — 의식적 연습과 전문성 개발의 구체적 방법론
- UX 디자이너의 핵심 역량 — 문제 해결·학습·공감 능력의 통합적 관점
- UX 커리어 로드맵 — 초급에서 중급, 시니어로의 성장 경로
- 디자인 주도 혁신 — 사용자 중심으로 기존 해법을 재구성하는 혁신 방법
출처
- 중급 UX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4편 - 베껴라, 더 대담하게 베껴야 중급이 된다. — 2015-09-10, 이 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