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Billion Users와 비문자 중심 UX
pxd 이재용은 "UX의 미래는 무엇인가"라는 흔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정리한 글에서, 사람들이 떠올리는 영화적 미래 UX(마이너리티 리포트식 제스처 인터페이스)와 실제 업계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방향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가 근거로 든 세 갈래 논의는 화면(픽셀) 중심 UI의 축소, 공간이 아닌 시간 중심의 설계, 그리고 다음 10억 명의 인터넷 사용자(Next Billion Users, NBU)를 위한 비문자 중심 UX다.
엑센츄어 기술 트렌드 보고서는 AI가 화면을 대체하는 새로운 UI로 부상해 5년 내 AI 기반 서비스 채택이 과반을 넘고, 7년 내 다수 인터페이스가 화면을 갖지 않게 되며, 10년 내 디지털비서가 상시 보급될 것이라 전망했다. 저자는 화면 인터페이스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 비중과 형태가 크게 축소·변형될 것이라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Fabricio Teixeira의 "The State of UX in 2016"이 말한 "픽셀의 종말"과 Designing Around Time(공간이 아닌 시간 위에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관점, 우버 앱이 대표 사례)도 같은 맥락의 예측이며, 이 개념은 pxd 블로그에서 시간 위의 디자인으로 별도 정리되어 있다.
글의 핵심은 세 번째 갈래인 Next Billion Users다. 2017년 8월 Wall Street Journal의 "The End of Typing" 기사를 인용해,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구매한 첫 10억 명과 달리 앞으로 인터넷을 처음 접할 다음 10억 명은 저가 스마트폰과 저렴한 데이터 요금제 덕분에 인터넷에 진입하지만, 상당수가 낮은 문해율 때문에 타이핑이 아닌 음성·영상·이미지로 소통한다는 점이 다르다. 인도가 대표 사례로 제시된다. 인구 13억 명 중 4억 명이 스마트폰을 쓰고, 매달 2천만 명이 생애 최초로 스마트폰을 구매해 유튜브 시청·셀카·음성 검색을 익힌다. 형편이 어려운 시골 소비자는 콜라 대신 통신 요금 충전을 택할 만큼 인터넷 접속을 우선시하며, 구글이 기차역 주변에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로 철도 노동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일용직을 구하는 앱까지 등장했다.
이로부터 저자는 NBU를 위한 UX의 세 가지 방향을 도출한다. ①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이미지 중심 UX, ② 화면·공간이 아닌 시간에 펼쳐지는 UX, ③ 글자가 아닌 음성·비디오 중심 UX다. 대화형 UI나 AI UX가 이미 텍스트 사용에 익숙한 선진국 사용자에게 주는 이득은 제한적이어서 "실험실의 장난감"에 머물기 쉽지만, 글을 읽지 못하는 다음 10억 명에게는 필수적인 인터페이스이므로 이런 '미래형 UX'는 오히려 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먼저 꽃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저자는 이 원리가 한국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작은 화면의 텍스트를 불편해하는 50대 이상 노안 소비자층이 TV 홈쇼핑을 선호하는 현상이 대표적 사례다. 2015년부터 40~50대의 모바일 쇼핑 이용률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티몬이 2017년 8월 정식 오픈한 실시간 영상 라이브 방송 쇼핑은 기존 딜 대비 매출 130배 상승, 구매 전환율 21%라는 성과를 냈다. 텍스트를 읽기 어려운 사용자에게 비디오로 설득하는 커머스 UX가 텍스트 기반 UX보다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국내 사례로 제시된다.
같은 저자는 다른 글에서 구글이 실제로 NBU 전략을 어떻게 제품화했는지를 인도 사례로 구체화한다. 2017년 12월 발표된 안드로이드 Go 에디션(Android 8.1 오레오)은 저가형 스마트폰에서도 원활히 동작하도록 설계된 OS로, 평균 15% 이상 빠른 속도와 적은 메모리 사용량, 기본 데이터 절약 기능을 갖췄다. 여기에 맞춰 Google Go, Google Assistant Go, YouTube Go, Google Maps Go, Gmail Go, Gboard, Chrome, Files Go 등 절반 크기의 경량 앱 라인업이 함께 출시됐는데, 단순 경량화를 넘어 인도 현지 맥락에 맞춘 기능을 갖춘 점이 핵심이다. 구글 Go는 오프라인 검색(인터넷이 될 때 결과를 알려줌)을, Google Assistant Go는 인도 통신사 JioPhone을 위한 힌디어 음성 검색을 지원하고, 구글 맵에는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대중적인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상황을 반영한 오토바이 모드가 있다. Files Go는 네트워크 없이 파일을 주고받던 ShareIt 같은 현지 관행을 앱 안으로 흡수했고, 유튜브는 인도에서만 동영상 다운로드를 공식 지원해 기존에 사용자들이 편법으로 하던 오프라인 시청·공유 행태를 정식 기능화했다. 유튜브 팀은 이를 두고 "데이터가 느리다고 나쁜 화질을 참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선진국형 정보 유통과 달리 인도에서는 좌표가 아닌 실제 영상을 주고받는 Human Information Network로 정보가 흐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데이터 사용량 관리 앱 Datally, 철도역 중심 무료 와이파이 구글 스테이션, 인도 전용 전자결제 서비스 Tez도 같은 흐름의 제품이다.
저자는 구글의 Next Billion Users팀 VP Caesar Sengupta의 글을 인용하며, 인도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① 선진국·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반면 다음 10억 사용자는 기술 환경과 문화가 전혀 다른 인도·인도네시아에 있고, ②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젊고 인구가 많아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 잠재력이 크며, ③ 중국과 달리 외국 기업에 폐쇄적이지 않다. 이런 이유로 구글뿐 아니라 채팅 앱이던 WhatsApp이 인도에서 송금 서비스를 내놓는 등 페이스북, 아마존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전용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으며, 저자는 선진국 중심의 세계화보다 인도·인도네시아를 향한 세계화에 UX 실무자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심 내용
- Next Billion Users(NBU): 저가 스마트폰·저렴한 데이터 요금제로 처음 인터넷을 접하는 다음 10억 명, 상당수가 낮은 문해율로 문자보다 음성·영상·이미지 중심 UX가 필요
- NBU를 위한 UX 3원칙: ① 단순한 이미지 중심 UX, ② 공간이 아닌 시간에 펼쳐지는 UX, ③ 음성/비디오 중심 UX
- 대화형 UI·AI UX는 텍스트에 익숙한 선진국 사용자에게는 이득이 제한적이라 확산이 더디지만, 문해율이 낮은 시장에서는 필수 인터페이스로 먼저 자리잡을 가능성
- 인도 사례: 13억 인구 중 4억 스마트폰 사용자, 매달 2천만 명이 생애 첫 스마트폰 구매, 콜라보다 통신 요금 충전 우선, 철도역 무료 와이파이로 인터넷 접근
- 엑센츄어 전망(AI가 새로운 UI, 5·7·10년 단위 화면 축소·디지털비서 보급)과 Fabricio Teixeira의 "픽셀의 종말"·Designing Around Time을 함께 인용
- 한국 유사 사례: 노안으로 텍스트를 불편해하는 50대 이상의 TV 홈쇼핑 선호, 티몬 라이브 커머스(2017)의 매출 130배·전환율 21% 성과
- 구글의 인도 전용 제품 라인업: 안드로이드 Go 에디션(경량 OS)과 Google Go·Assistant Go·YouTube Go·Maps Go·Files Go 등 경량 앱, 오프라인 검색, 힌디어 음성 검색, 오토바이 모드, 유튜브 다운로드 정식 지원, 데이터 관리 앱 Datally, 무료 와이파이 구글 스테이션, 전자결제 Tez
- Human Information Network: 좌표·텍스트가 아닌 실제 영상·파일을 주고받으며 정보가 퍼지는 인도 특유의 정보 유통 방식
- 인도에 특화된 제품이 만들어지는 3가지 이유: 선진국·중국 시장 포화 대비 인도·인도네시아의 성장 잠재력, 인도의 젊고 방대한 인구, 중국과 달리 외국 기업에 개방적인 시장 환경
관련 개념
- 시간 위의 디자인 — Fabricio Teixeira의 "Designing Around Time"을 공유하는 화면(공간) 중심 설계에서 시간 중심 설계로의 전환 논의
- 음성 에이전트와 VUI — 문자 대신 음성으로 소통하는 인터페이스의 설계 원칙
- UX 현지화 전략 — 시장·문화적 맥락에 맞춘 UX 설계라는 점에서 NBU 논의와 맞닿음
- AI 시대 디자이너의 역할 — AI가 새로운 UI로 부상하는 흐름 속 디자이너 역할 논의
- 대중교통 앱 UX —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 현지화 UX 사례와 함께 참고할 만한 이머징 마켓 UX
- 적정기술과 사회적 디자인 — 소외된 사용자층을 향한 디자인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또 다른 사례
출처
- UX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 - UX for Next Billion Users — 2017-10-23, 이 재용
- 구글은 왜 인도만을 위한 앱을 만들까? — 2018-04-02, 이 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