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관념 이분법과 상징 소비
2013년 pxd talks에서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이 강연한 내용으로, 고전 경제학의 전제인 물질과 관념(정신)의 이분법이 오늘날 소비 현상을 설명하는 데 근본적 한계를 갖는다는 문제의식을 다룬다. 강연은 경제학의 대표 공리인 희소성의 법칙(자원은 제한되어 있으나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한다. 인간의 육체가 유한한 이상 육체와 결부된 물질적 욕망도 유한할 수밖에 없어 경제학은 이를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동일한 재화·서비스를 반복 소비할수록 만족도가 점차 줄어드는 현상)으로 보완했지만, 육체에 구속되지 않는 정신적 욕망은 이 논리 밖에서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논지다.
고전 경제학(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제니 방적기 등을 배경으로 18~19세기 프랑스 중농주의를 기반으로 성립)은 농업 경제와 물질적 재화를 설명하기 위해 형성된 패러다임이어서, 비물질적 가치나 욕망을 다룰 개념적 도구가 애초에 빈약했다. 그러나 산업 혁명 이후 생산이 확대되면서 사람들의 소비에서 정신적 욕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고, 오늘날에는 옷 같은 단순 물질재조차 추위를 막는 기능보다 패션이라는 정신적 가치가 더 크게 작용하는 등 물질재와 정신재의 경계가 사실상 붕괴했다. 이렇게 혼합된 소비 대상을 강연은 "정신화된 물질", 즉 상징과 기호로 규정한다. Information(정보)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형태(form)를 안(In)에 찍어내는 것, 즉 보이지 않는 것을 포착해 고정한 최초의 상형문자(신성문자)에서 나왔듯, 인간은 기호를 통해 무형의 개념을 조작해왔고 그 정점에 화폐가 있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인간이 스마트 기기의 아이콘을 매일 누르며 살아가는 것도 일종의 '우상 숭배' 시대의 연장이라는 비유가 이어진다.
강연은 이 논의를 현대 인간 욕망의 근원에 있는 '변신(metamorphosis)'하고 싶은 욕망으로 수렴시킨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수단 위계론(모든 목적은 하위에 다수의 수단을 갖고, 최상위 목적은 '좋은 삶')을 빌려, 명품 가방을 들거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유명인이 광고하는 아파트에 살 때 인간이 실제로 소비하는 것은 물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매개하는 변신의 욕망이라고 지적한다. 질의응답에서는 이러한 변신 욕망을 게임 산업이 어디까지 도덕적으로 지원해야 하는지(과몰입·중독 등 부작용과의 균형), 그리고 이를 다루기 위해 역사학파 경제학이나 행동경제학이 갖는 한계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강연자는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현상 자체도 물질적 욕구를 넘어 정신적 욕구, 나아가 변신 욕구를 채워주는 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핵심 내용
- 희소성의 법칙과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육체에 구속된 물질적 욕망을 전제로 한 고전 경제학 공리 — 육체에 구속되지 않는 정신적 욕망은 이 틀 밖에서 무한히 확장 가능
- 고전 경제학은 18~19세기 프랑스 중농주의를 배경으로 농업/물질 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성립된 패러다임이어서, 비물질적 가치·욕망을 다룰 개념 틀이 태생적으로 취약
- 산업 혁명 이후 생산 확대로 소비에서 정신적 욕망 비중이 커지며 물질재와 정신재(서비스)의 경계가 사실상 붕괴
- 물질과 정신이 혼합된 소비 대상을 "정신화된 물질" 즉 상징과 기호로 규정 — Information의 어원(형태를 찍어냄)과 상형문자(신성문자) 사례로 설명
- 인간은 상형문자에서 화폐에 이르기까지 기호를 통해 무형의 개념을 조작해온 존재이며, 오늘날 아이콘을 누르는 행위도 '우상 숭배'의 연장
- 현대 인간 욕망의 근원은 '변신(metamorphosis)' 욕망 — 명품·브랜드 카페·유명인이 광고하는 아파트 소비는 물질이 아니라 변신 욕망의 소비
-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수단 위계론(최상위 목적은 '좋은 삶')을 변신 욕망과 물질적 욕망의 관계를 설명하는 틀로 인용
- 게임 산업에서 변신 욕망을 어디까지 지원할지(과몰입·중독 등 부작용)와 역사학파 경제학·행동경제학의 한계가 질의응답에서 논의됨
-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관심 확대를 물질적 욕구에서 정신적·변신 욕구로 소비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결과로 해석하는 관점 제시
관련 개념
- 기호학과 인덱스 — 아이콘·인덱스·심벌로 기호를 분류하는 틀로, 상징(심벌)이 관습적으로 의미를 획득하는 방식이 이 강연의 "상징과 기호" 논의와 연결됨
- 행동경제학과 UX — 강연 질의응답에서 언급된 행동경제학의 한계와 대비되는 소비 심리 설명 틀
- 서비스 디자인 씽킹 — 강연이 물질에서 정신·변신 욕구로의 이동 결과로 지목한 서비스 디자인 관심 확대의 실무적 배경
출처
- [pxd talks 24] 산업 혁명과 물질:관념의 이분법 - 글로벌 정치경제 연구소 홍기빈 소장 — 2013-03-19, 이 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