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X 디자인과 브랜드 자산 운용
BX(Brand Experience)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시각적 언어와 사용자 경험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에이전시와 달리 인하우스 BX 디자이너는 단일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운용하며, 제품(Product)과 브랜딩(Branding) 사이의 긴밀한 상관관계를 직접 다룬다. 토스의 프로덕트 브랜드 디자이너 김지윤의 사례는 인하우스 BX 업무의 구체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브랜드 자산 운용에서 핵심은 인지 전략이다. 토스는 '도전'이라는 단 하나의 핵심 가치를 정립하는 데 7개월을 투자했으며, 심플리시티(Simplicity)를 브랜드의 큰 기조로 삼고 내부 구성원이 모두 같은 하나의 단어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학습시켰다. 브랜드 기조가 내부에서 공유될 때 일관된 판단 기준이 생기고, 의사결정 속도와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
BX 디자이너의 역할은 기술이나 개념을 시각화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실제로 느끼는 인상과 감정에 닿는 것이다. 프로덕트와 브랜딩은 별개가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이며, 제품을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경험이 구체화된다.
블록체인 서비스의 BX는 금융의 신뢰성과 탈중앙화 기술의 혁신성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는다. WEMIX.Fi의 BX 디자인 과정은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초기에는 전통 금융권 이미지(파이 그래프, 헥사곤)를 참조했으나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를 표현하지 못했고, 방향을 전환해 세포 분열이라는 유기적 형태에서 영감을 얻었다. 결과물인 3D 로고는 형태(유연성)·색상(안전성)·모션(확장성)이 각각 하나의 브랜드 핵심 가치를 시각화한다. 브랜드 명칭 역시 디자인적으로 접근해, 'DeFi'에서 'De-'를 제거하고 Finance의 핵심인 '.fi'만 남겨 고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다.
브랜드의 비주얼 랭귀지(Visual Language)를 만드는 구체적 프로세스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 스튜디오 CFC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CFC는 브랜딩의 핵심을 'Being Recognized(인식되는 것)'로 정의하며, 이는 고객이 Mark·Color System·Form·Typography 네 요소로 구성된 비주얼 랭귀지를 통해 한 브랜드를 다른 브랜드와 구별해 인지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비주얼 랭귀지를 개발하는 절차는 ① 브랜드가 처한 여러 맥락을 성실히 검토해 발견하고, ② 발견한 맥락들 사이의 유사성과 연결점을 끝까지 파고들어 하나의 상징(모티프)으로 압축한 뒤, ③ 이를 논리적 일관성과 심미성을 함께 갖춘 형태·색·타이포그래피로 구현하는 순서를 따른다. '더 한섬 하우스'(한섬다움·편집숍·큐레이션이라는 키워드에서 두 개의 H를 결합한 모티프를 추출)와 '투썸 플레이스 TSP 737'(광장의 에너지와 에스프레소 추출의 물성에서 공통된 'Vibe'를 발견해 질감·밀도·리듬감 있는 그래픽으로 표현)은 서로 다른 브랜드 맥락에서 출발했지만 이 발견-압축-구현 프로세스를 동일하게 거친 사례다. 브랜딩을 '소비자의 마음에 브랜드를 형성해 의미를 부여하는 프로세스'로 본다면, 비주얼 랭귀지는 그 의미를 시각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붙잡아두는 장치다.
CFC의 전채리 디자이너는 2020 Wanted con. 강연에서 비주얼 랭귀지 개발과는 별개로, 사유가 담긴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사고 과정을 "Contents – Context – Form" 3단계로 제시했다. Contents는 실존하거나 앞으로 만들 브랜드에 대한 데스크 리서치와 현장 고객·직원 인터뷰로 다양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 과정이다. Context는 수집한 정보를 어떤 기준으로 갈무리해 브랜드의 '다움'을 정의할지 고민하는 단계로, 사유가 담긴 디자인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Form은 정해진 아이덴티티를 디자이너의 그래픽·시각화 능력으로 실체화하는 마지막 단계다. '히포크라타 클리닉'(기능 의학 병원) 브랜딩에서는 병원 현장 인터뷰(Contents)로 얻은 정보를 '기능 의학 주의'라는 업의 정의(Context)로 수렴시키고, 이를 원소 형태의 구조화된 그래픽 요소(Form)로 병원 곳곳에 녹여낸 사례가 이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앞서 살펴본 CFC의 비주얼 랭귀지 개발 프로세스(맥락 발견 → 유사성 압축 → 시각적 구현)와 본질적으로 같은 사고 구조이며, 사유가 담긴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결국 고객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BX 실무의 구체적 방법론과 별개로, 좋은 브랜드가 지녀야 할 근본 가치에 대한 관점도 있다. 위승용(uxdragon)은 플러스엑스 임태수의 저서 『날마다, 브랜드』를 읽고, 좋은 브랜드의 조건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① 단순 리뉴얼의 지양 — 로고·포장을 바꾸는 표면적 리뉴얼이나 광고 캠페인만으로는 브랜드 애착을 만들 수 없으며,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② 지속 가능한 가치 제공 — 좋은 브랜드는 트렌드를 좇기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하며, 오랫동안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을 제공한다(애플·나이키가 대표 사례). ③ 진정성(Genuine) — 단기 수익보다 옳은 일을 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충성으로 이어진다. ④ 사람을 위한 가치 — 브랜드는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가치 있는 변화를 제안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 네 조건에 더해 좋은 구성원이 좋은 브랜드를 만든다는 관점도 제시되는데, 구성원 스스로의 동기부여와 조직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이 브랜드 경험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다룬 토스의 "핵심 가치 내재화"·WEMIX.Fi의 "혁신성을 표현하는 시각 언어" 사례와 함께, BX가 시각적 결과물 이전에 브랜드의 가치관과 조직 문화에서 출발한다는 공통된 시사점을 보여준다.
핵심 내용
- 인하우스 BX 디자이너: 단일 브랜드를 장기 운용하며 제품과 브랜딩을 통합
- 핵심 가치 정립에 충분한 시간 투자가 필요하며, 단순하고 명확한 한 단어가 강력한 기준이 됨
- 브랜드 기조를 내부 구성원이 공유하면 일관된 의사결정과 업무 효율로 이어짐
- BX의 목표는 시각화를 넘어 사용자의 인상과 감정에 도달하는 것
- 프로덕트와 브랜딩은 상호 강화 관계
- 블록체인 BX: 전통 금융 이미지 탈피 + 기술 혁신성 표현이라는 이중 과제
- BX 형태·색상·모션 각각이 하나의 브랜드 핵심 가치를 상징적으로 표현 가능
- 브랜드 비주얼 랭귀지의 4요소: Mark, Color System, Form, Typography
- 비주얼 랭귀지 개발 프로세스: 맥락 발견 → 유사성 압축(모티프 도출) → 형태·색·타이포로 구현
- 사례: '더 한섬 하우스'(두 개의 H 모티프), '투썸 플레이스 TSP 737'(광장×에스프레소의 'Vibe')
- CFC의 사유가 담긴 아이덴티티 디자인 3단계: Contents(브랜드 이해) → Context(브랜드 해석) → Form(브랜드 실체화)
- 사례: '히포크라타 클리닉'(기능 의학 병원) — 현장 인터뷰 → '기능 의학 주의' 정의 → 원소 형태 그래픽 구현
- 좋은 브랜드의 4가지 조건: 단순 리뉴얼 지양, 지속 가능한 가치 제공, 진정성, 사람을 위한 가치
- 브랜드 리뉴얼의 함정: 로고·포장 교체나 광고 캠페인만으로는 브랜드 애착이 형성되지 않음
- 좋은 구성원의 자발적 동기부여와 조직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이 좋은 브랜드의 토대
관련 개념
- 디자인 시스템 — 브랜드 자산은 디자인 시스템을 통해 일관되게 구현됨
- UX와 UI의 차이 — BX는 UX·UI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으로 브랜드 경험 전체를 다룸
- 블록체인 UX와 웹3 — 블록체인 서비스에서 BX가 신뢰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맥락
- UX 입문 도서 — 같은 저자(위승용)가 정리한 UX/디자인 도서 목록
- 제품 디자인 사례 — pxd 서류봉투 — 실물 사무용품에 브랜드 아이덴티티 컬러·디테일을 구현한 사례
- 리테일-매장-경험-디자인 — 애플 스토어를 사례로 브랜드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체험 중심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
- 디자인 팀 빌딩과 협업 문화 — 같은 컨퍼런스 세션에서 다룬 프로토파이 디자인팀의 협업 문화 사례
- 스플래시 화면과 브랜드 아이덴티티 — 짧은 인트로 화면에서도 브랜드 통합 전략이 작동한 Adobe 사례
출처
- [pxd talks] 인하우스에서 BX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법 — 2024-01-15, yeji.jeong
- WEMIX 3.0의 공식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 WEMIX.Fi의 BX 이야기 — 2022-12-19, 최은주_UX Writer
- [독후감] '날마다, 브랜드'를 읽고 (Reviewing 'Every day, Brand') — 2020-07-24, 위승용 uxdragon
- Spectrum Con 2019 후기(2/2) — 2019-08-26, 강유정(yujeong.kang)
- 2020 Wanted con. Creative & design 후기 #2 — 2020-06-19,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