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Z와 발명적 문제해결
TRIZ(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 트리즈)는 러시아의 발명가 겐리히 알츠슐러(Genrich Altshuller)가 20여만 건의 특허 출원 기록을 분석해 만든 발명적 문제해결 이론이다. 그는 특허를 발명의 질에 따라 5단계로 분류했는데, 수준 1·2는 기존 것을 약간 개선한 수준이고 수준 5는 발명이라기보다 발견(라듐, 페니실린)에 가까워 우연이나 지극한 노력의 산물이다. 반면 전체 발명의 약 20%를 차지하는 수준 3·4는 매우 창의적이면서도 반복되는 공통 원리로 체계화할 수 있는 영역이다. 알츠슐러는 이 수준의 발명들이 시행착오만으로 발견되려면 100회에서 1만 회에 달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해, 그 공통 원리를 추출하는 데 집중했다.
TRIZ의 핵심 명제는 "모든 혁신은 모순(contradiction)을 극복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모순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기술적 모순은 서로 다른 두 기술 요소가 부딪히는 경우로, 예컨대 기능을 강력하게 만들수록 사용은 어려워지고 기능을 단순화할수록 사용은 쉬워지는 관계가 이에 해당한다. 물리적 모순은 하나의 요소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값을 가져야 하는 경우로, 터치 인터페이스의 목록에서 한 번의 클릭으로 항목을 실행하게 하면 쓰기는 쉽지만 편집이 어렵고, 한 번의 클릭으로 항목을 선택하게 하면 편집은 쉽지만 실행이 번거로워지는 관계가 그 예다.
물리적 모순의 해결책으로 TRIZ는 세 가지 분리 전략을 제시한다: 시간에 의한 분리, 공간에 의한 분리, 전체와 부분에 의한 분리다. 위 터치 목록 문제라면, '편집' 버튼을 별도로 두어 시간·공간적으로 분리하거나, 각 항목 우측에 작은 편집 버튼을 넣어 전체(항목 전체 클릭=실행)와 부분(버튼 클릭=편집)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풀 수 있다. 반면 기술적 모순은 알츠슐러가 정리한 40가지 발명 원리로 설명되는데, 이 원리들은 대부분 물리·화학 현상에 근거하고 있어 UI 문제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UI 영역에 TRIZ를 활용하려면 이 40가지 원리에 상응하는 UI 고유의 발명 원리 체계를 별도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TRIZ가 강조하는 태도는 '개선'이 아니라 '모순의 제거'다. 기존의 것을 관성적으로 조금씩 다듬어 최적해(Best Solution)를 찾는 대신, 근본적인 모순을 찾아 없애 이상해(Ideal Solution)에 도달하라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UI 업계에는 이렇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순 문제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원클릭 실행 vs. 원클릭 선택 문제는 아이폰 이후 뚜렷한 원리적 해법 없이 관성적으로 답습되고 있으며, 전체 볼륨과 개별 기기 볼륨이 별도로 존재해 부분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전체 볼륨이 0이면 작동하지 않는 전체 조절-부분 조절 문제(전체 선택-부분 선택 문제로도 확장 가능)도 유사한 사례다. 이런 반복 문제에는 그때그때의 정답을 정해두기보다, 문제를 사고하는 원리 자체를 체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이는 개별 해법을 모아둔 디자인 패턴보다 한 층 상위의 문제 해결 프레임워크에 해당한다.
핵심 내용
- TRIZ: 겐리히 알츠슐러가 20만여 건의 특허를 분석해 정립한 발명적 문제해결 이론
- 발명의 5단계 분류 중 반복 가능한 공통 원리로 체계화할 수 있는 수준 3·4(전체의 약 20%)에 집중
- 핵심 명제: 모든 혁신은 모순의 극복 — 기술적 모순(요소 간 상충) vs 물리적 모순(하나의 요소가 상반된 값을 요구)
- 물리적 모순 해결의 3가지 분리 전략: 시간적 분리 · 공간적 분리 · 전체-부분 분리
- 기술적 모순의 40가지 발명 원리는 물리·화학 기반이라 UI에 직접 적용하기 어려움 → UI 전용 발명 원리 체계화 필요
- 지향점: 점진적 개선의 최적해가 아니라 모순 제거를 통한 이상해
- UI 업계의 반복 모순 사례: 원클릭 실행/선택 문제, 전체-부분 볼륨(선택) 조절 문제
관련 개념
- 창의적 모방과 디자인 성장 — 모방·재해석을 통한 창의성 확보라는 대조적 접근
- 디자인 주도 혁신 — 의미 재정의를 통한 급진적 혁신이라는 또 다른 혁신 이론
- UI 패턴 원칙 도서 — 개별 해법을 정리한 UI 패턴 카탈로그와, 모순 해결 원리를 정립하려는 TRIZ의 지향점 비교
- 행동경제학과 UX — pxd talks 90에서 행동경제학 기법 목록화의 비유로 TRIZ가 언급됨
출처
- 생각의 창의성 TRIZ(트리즈) — 2010-02-02, 이 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