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게임 디자인
빅게임(Big Game)은 아직 정의가 명확히 굳어지지 않은 게임 장르지만, 뉴욕 게임센터 디렉터 Frank Lantz는 ① 많은 사람들의 물리적 상호작용이 있고, ② 도시나 공공 장소에서 개최되며, ③ 디지털 기기가 활용된다는 세 가지 특징으로 이를 설명한다. 놀공발전소는 저서 《노력금지》에서 빅게임을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보다 거대한 경험"이라 정의하며, 수십~수천 명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거나 발 딛는 모든 곳이 게임판이 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뜻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삶의 반경과 생각의 깊이가 확장되는 것이 빅게임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정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주한독일문화원과 놀공발전소가 공동개발한 파우스트 게임('Being Faust: Enter Mephisto')으로, 괴테의 《파우스트》 문장을 가치와 매칭시키는 게임이며 한국(독일문화원·교보문고·국립극장)뿐 아니라 남아공·홍콩·유럽에서도 진행됐다. pxd의 '사도세자의 비밀'은 이 파우스트 게임의 평가 프로젝트 경험을 계기로 기획됐다. 두 달간 파우스트 게임 리서치를 마친 담당자가 "아류작이라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pxd 3그룹(교육팀+인턴) 1박2일 워크숍의 1일차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했다. 시간과 역량의 한계를 인식하고 파우스트 게임을 철저히 모방하는 전략을 택했으며, 무대는 서울에서 가까운 수원, 테마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며 설계한 '효의 도시'라는 점에 착안해 사도세자로 정했다. 파우스트 게임이 괴테 원작 문장을 읽으며 문학적 흥미와 자기 성찰을 유도했다면, 사도세자 게임은 영조 시대 조선왕조실록 문장을 읽으며 역사에 대한 흥미와 함께 '사도세자를 살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성찰의 순간을 만들고자 했다.
게임은 화성행궁부터 장안문까지 약 800m 구간의 마을 전체를 무대로 삼았다. 시작 전 1시간의 워밍업 투어에서 진행자가 한복을 입고 혜경궁 홍씨로 분해 참가자를 인솔했고, 본 게임은 참가자에게 가치카드 5개·붓펜·호패·가이드북·주머니 목걸이를 지급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STEP 1에서 참가자는 '인의예지신' 다섯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해 호패에 1순위 가치와 그 의미를 적었다. STEP 2 '문장찾기'는 게임의 코어 메카닉으로, 스태프가 마을 곳곳에 미리 붙여둔 조선왕조실록 발췌문 30개를 참가자가 찾아 호패와 함께 인증샷을 찍고, 그 문장이 어떤 가치를 의미하는지 카톡으로 진행자에게 보내 맞히면 점수를 얻는 방식이었다. 점수 체계는 기본 10점, 자신의 1순위 가치와 일치하면 20점, 처음 발견한 문장이면 2배로 설계해 개인화된 동기를 부여했다. 답의 매칭이 기획자의 주관에 의존한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참가자가 자신의 해석을 상소로 제출해 통과하면 보너스 점수를 얻는 '상소 찬스'를 두었고, 남용을 막기 위해 무효 상소 3건 이상 시 벌칙을 부과했다. 문장찾기 사이사이에는 단체 미션으로 교류를 유도하는 '다같이함께 타임'(성공 시 50점)을 배치해 개인전의 단조로움을 상쇄했고, 기획단이 창작한 '특별문장'을 배포해 게임의 본래 목적(사도세자를 살릴지 말지)을 환기시켰다. 마지막 STEP 5에서는 참가자가 가장 소중한 가치, 문장을 통해 느낀 점, 사도세자 옹호/반대 결론을 담은 상소문을 작성해 발표하고 전체 투표로 마무리했다.
참가자 7명 중 상소문 단계에서는 옹호(살리자) 4명·반대(죽이자) 3명으로 팽팽했지만, 옹호파의 설득력 있는 상소가 반대파의 마음을 움직여 스태프까지 포함한 최종 투표에서는 7대 3으로 '살리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득점왕과 상소문왕에게는 조선왕조실록 책을 선물했다. 회고에서 나온 주요 피드백은 세 갈래였다. 첫째, 역사적 실제 장소에서 진행한 몰입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문장이 붙은 실제 위치와 역사적 맥락의 연관성은 약해 "다른 장소에서 했어도 똑같이 재밌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둘째, 넓은 필드를 이동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이는 오히려 육체적 유희(문장 찾기)와 지적 유희(가치 해석·상소문 작성)를 조화시키는 요소로 재해석됐다. 셋째, 문장-가치 매칭의 주관성으로 인한 이해 어려움은 예상된 문제였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상소 찬스'는 참가자가 게임 룰에 능동적으로 도전할 수 있게 한 장치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상소문 작성 단계가 있었기에, 이 게임은 단순한 보물찾기·퀴즈 결합을 넘어 참가자가 얻은 역사적 단서를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게임 경험 전체를 회고하는 기회로 확장됐다.
향후 개선 아이디어로는 스태프가 카톡으로 일일이 정답을 확인해주던 '인간 서버' 방식을 QR코드·NFC 기반 자동 채점 시스템으로 대체해 더 많은 참가자와 세분화된 점수 체계를 지원하는 방안, 다양한 연령·직업군을 대상으로 실험해 역사 학습 효과를 검증하는 방안, 참가자 규모가 커질 경우 상소문 발표를 과거시험 형태로 바꾸는 방안, 게임 도구(호패·가치카드·문장 종이)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핵심 내용
- 빅게임(Big Game) 정의(Frank Lantz): 다수의 물리적 상호작용 + 도시/공공장소 개최 + 디지털 기기 활용
- 원형: 놀공발전소×독일문화원의 파우스트 게임(Being Faust Enter Mephisto)을 모방·재구성해 pxd 워크숍용 빅게임으로 제작
- 코어 메카닉: 마을 곳곳의 조선왕조실록 문장을 찾아 자신의 가치 우선순위와 매칭시켜 점수를 얻는 활동
- 상소 찬스: 정답 매칭의 주관성 문제를 참가자가 능동적으로 이의 제기할 수 있게 한 보완 장치
- 결말부 상소문 작성은 보물찾기·퀴즈를 넘어 참가자 스스로의 성찰과 게임 회고로 전환시키는 장치
- 회고 인사이트: 육체적 유희(문장 찾기)와 지적 유희(해석·글쓰기)의 조화가 몰입의 핵심 요인
- 개선 방향: 인간 채점(카톡) 대신 QR/NFC 자동화, 참가자 규모·연령대 다양화 실험
관련 개념
- 게임 디자인 워크숍 기법 — 같은 시기 pxd-놀공발전소 협업 워크숍에서 다뤄진 팅커링·코어 메카닉 방법론이 실전에 적용된 사례
- 게이미피케이션 — 점수·보상·경쟁 같은 게임 요소를 역사 학습·팀 워크숍이라는 비게임 맥락에 적용한 사례로 연결
- 대체현실게임 ARG — 빅게임과 함께 현실 공간을 무대로 삼는 게임 유형. 파우스트 게임과 같은 리뷰에서 소개됨
출처
- 빅게임 ‘사도세자의 비밀’ 기획 리뷰 — 2015-04-21, 알 수 없는 사용자
- [독후감] 게임을 책으로 배웠어요 2편 - 누구나 게임을 한다 & 노력금지 — 2015-07-21,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