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에이전시와 인하우스 디자인

2014~2015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디자인 업계는 구조적 전환을 맞이했다. Adaptive Path가 은행에 인수되고, Smart Design이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을 닫은 것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디자인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에이전시가 위축되는 역설적 흐름의 신호였다.

2016년 이재용은 정선우가 우리말로 공유한 존 마에다(KPCB)의 '실리콘 밸리는 왜 디자인에 주목하는가?' — 이른바 Design in Tech Report — 를 계기로 이 흐름을 재조명했다. 마에다는 2015년 보고서에서 ① 디자이너가 이끄는 산업을 중심으로 M&A가 증가할 것, ② 디자이너 주도 스타트업이 투자를 더 잘 받을 것, ③ VC에서의 디자인 역할이 '경험'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세 가지를 예측했고, 2016년 보고서에서 이 예측이 실제로 검증됐다고 밝혔다 — 특히 M&A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국내 인수합병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로는 ① 전체 산업 규모 자체의 차이, ② 인수 기업의 디자인에 대한 절실함 차이, ③ 국내 에이전시가 균질한 인력 풀이 아니라 각자 고유 역량을 축적한 구조라는 점이 꼽혔다 — 이 중 세 번째만이 에이전시 스스로 통제 가능한 변수로, 단순히 요구사항을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기술을 이해하고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에이전시만이 인수 대상으로서 의미를 가진다는 관찰로 이어졌다. 마에다는 또한 '디자인'을 세 갈래로 구분했다 — 산업혁명기에 형성된, 완벽히 다듬어진 결과물 중심의 전통적 디자인(Classical Design), 빠른 실행과 공감 기반 사용자 만족을 추구하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무어의 법칙 아래 수백만 명의 개별 사용자를 실시간으로 만족시키는 전산 디자인(Computational Design)이다. 현대에서 성공하려면 이 세 분야 중 적어도 두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이 현상의 원인은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디자인이 핵심 경쟁력이 되면서 기업들이 외주보다 인하우스(in-house) 채용을 선호하게 됐다. 핵심 역량을 외부에 지속적으로 위탁하는 것은 경쟁 전략상 불리하기 때문이다. 둘째, 구글·애플 같은 기술 대기업과 펀딩이 충분한 스타트업들이 높은 연봉으로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흡수하면서, 낮은 임금·긴 근무 시간의 에이전시 근무 환경이 더욱 열악하게 보이게 됐다. 셋째,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애자일(Agile) 방식이 확산되면서 에이전시의 전통적인 워터폴 방식('짜잔!'식 최종 납품)이 혁신 프로세스와 맞지 않게 됐다.

미국 디지털 디자인 에이전시의 역사는 세 물결로 정리된다. 1물결(1990년대 중반): RGA·Razor Fish 등 초기 디지털 에이전시가 등장했으나 대부분 광고 회사에 인수됐다. 2물결(1990년대 후반~2000년대): IDEO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으로, Adaptive Path가 UX를 앞세워 혁신 컨설팅 시대를 열었으나 결국 금융기관에 인수됐다. 3물결(2010년대): FuseProject, Ammunition 같은 벤처 디자인 회사들이 Jawbone·August 도어락 등 VC 투자 제품에 참여하면서 디자인이 투자 가치 요소가 됐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UX를 핵심 역량으로 인식하면서 독립 에이전시 시대는 이른바 '대량 멸종'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이 디자인 역량을 확보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 ① 좋은 디자인 회사를 인수, ② 내부 전담 디자인팀 육성, ③ 조직 전반에 걸친 장기 디자인 교육. 2014년경 해외 보도는 특히 첫 번째, 즉 컨설팅·기술 대기업의 디자인 스튜디오 인수 러시에 주목했다. 액센츄어의 서비스 디자인 컨설팅사 Fjord 인수(2013)가 대표 사례로, 전통적 컨설팅 부서만으로는 고객 전략을 디지털 도메인에서 실현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배경이었다. 비슷한 논리로 Google-Mike & Maaike(2012), Facebook-Hot Studio(2013), Adobe-Behance(2013), Square-80/20(2012), Flextronics-frog design(2004), GlobalLogic-Method(2011), 블랙베리(RIM)-TAT(2010), 구글-Gecko(2014) 등 기술 기업들이 디자인·UI 전문 스튜디오를 잇달아 흡수했다. 컨설팅 업계에서도 보스턴의 경영 컨설팅 그룹 Monitor가 세계 최초의 '전략 디자인 기획' 펌 Doblin(1981년 Jay Doblin 설립, AEIOU Framework 창시)을 2007년 인수했고, 마케팅 컨설팅사 Sapient는 1998년 애플 출신 디자이너 Clement Mok이 세운 Studio Archetype을 인수했다. Adaptive Path가 은행 그룹 Capital One에 매각된 것(2014)도 같은 흐름인데, 공동창업자 Jesse James Garrett는 인수 기업을 고를 때 ① 디자인 회사의 문화와 독자성을 인정할 것 ② 디자인을 이해하고 성장시키려는 마인드셋을 갖출 것,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인수합병 외에 스튜디오가 해체 후 빅테크 인하우스로 흡수되는 경로도 있었다. 토론토의 teehan+lax는 2015년 회사를 해체하고 파트너와 직원 전원이 개별적으로 Facebook 디자인팀에 합류했다 — 창업 12년 차 핵심 파트너 이탈로 위기를 겪은 후, 재정적으로는 최고 성과를 낸 해에 오히려 '다른 미래'를 택한 이례적 사례다. Steelcase-IDEO 관계는 인수와는 다른 협력 모델을 보여준다. 사무용 가구 회사 스틸케이스는 1996년 IDEO에 투자했지만 IDEO는 독립 법인을 유지했고, 이후 2007년부터 5년에 걸쳐 창업자들에게 지분을 되파는 Buy-Back 프로그램으로 관계를 정리했다 — 두 회사 모두 이 협업으로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는 이 밖에도 Cooper의 DesignIt(2017, Wipro 자회사) 편입, Cooper의 Catalyst Group 인수를 통한 뉴욕 사무소 개소(2015) 등 소규모 스튜디오 간 인수합병도 이어졌다.

반론도 존재한다. 시애틀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 Artifact Group은 디자인 자체는 여전히 어렵고, 기존 산업에서의 도입도 쉽지 않으며, 컨설턴시는 역할을 계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샌프란시스코·기술 기업에 국한된 현상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한 것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위축 압력 속에서도 소멸 대신 기술과의 결합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한 에이전시들도 있다. 1989년 카네기멜론 대학 교수 3인(인지심리학자 피터 루카스, 산업디자이너 조셉 발레이, 컴퓨터과학자 제임스 모리스)이 설립한 Maya Design은 레이먼드 로위의 'MAYA(Most Advanced Yet Acceptable)' 원칙에서 이름을 따 '복잡성 길들이기(Taming the Complexity)'를 모토로 기술·디자인·인지심리학을 통합했다. 스웨덴 말뫼의 TAT(The Astonishing Tribe, 2003년 설립)는 "Design Loves Technology"를 내걸고 휴대폰 UI를 독자 개발해 유튜브 400만 뷰를 기록하며 유명해졌고, 2010년 블랙베리에 인수돼 이후 블랙베리 UI를 담당했다 — 소멸이 아니라 인수를 통한 결합의 사례다. 리스본의 KWAME Corp.는 "Design and Engineering"을 모토로, 클라이언트 의뢰 없이 자체 기술·상품을 먼저 개발해 마케팅하는 방식(TAT와 유사)을 취했고 무제한 휴가 제도를 운영했다. 런던의 Berg(2005년 설립)는 2013년 하드웨어 클라우드 Berg Cloud와 첫 제품 Little Printer를 출시했으나 2015년 사업을 접었는데, 커넥티드 세탁기 컨셉 'Cloudwash'가 클라우드 가전의 방향성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시애틀의 Artefact Group(2006년 설립)은 Understand-Design-Implement 프로세스로 Research·Strategy·Interaction Design·Industrial Design·Software Engineering 5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End-to-End 제품 개발 에이전시로 자리잡았다. Maya Design 설립자들이 세운 Agency of Trillions(AOT)는 자신들의 저서 'Trillions: Thriving in the Emerging Information Ecology'에서 이름을 따, 사물인터넷 시대의 마케팅·전략과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에이전시다. 과거 웹 에이전시가 디자인 표현을 보조하는 기술을 내부에 두었다면, 앱·IoT 시대에는 기술을 디자인과 대등한 파트너로 결합하는 방향으로 에이전시 모델이 진화하고 있다는 관찰이다.

미국 에이전시들은 기술 결합 외에 스타트업 지분 투자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개발하기도 했다. FuseProject의 Yves Béhar는 Slingbox CEO와의 친분으로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이 회사가 3.8억 달러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정작 아무런 수익도 얻지 못한 경험 이후 외주비 대신 지분을 받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후 18개 스타트업과 협업해 5개에서 상당한 투자 수익을 거두었고, 매출의 60%·이익의 80%가 스타트업에서 발생했다 — 연 2~3곳만 선별해 깊이 개입하는 것이 비결이며, 웨어러블 기기 Jawbone과 도어락 스타트업 August의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겸직한 것이 대표 사례다. IDEO는 2012년 Startup-in-Residence 프로그램을 시작해 시카고 사무실에 스타트업을 입주시키고, 스타트업 팀이 '아이디오의 직원'이 되어 프로젝트 팀처럼 사내 자원을 활용하는 On-demand Consultant 방식을 시도했다. 첫 참여사 Food Genius는 14주 상주 후 얻은 것이 완성된 디자인 해법이 아니라 디자인 사고로 고객을 보는 방법("낚시하는 법을 배웠다")이었다고 평가했고, 보스턴 사무소 참여사 PillPack은 이후 혁신상을 받았다. Cooper는 별다른 홍보 없이 유사 모델을 조용히 운영해, 헬스케어 스타트업 100plus의 모호한 개념을 10주 만에 앱으로 완성시켰으며(2013년 Practice Fusion에 인수), EHR 스타트업 Practice Fusion과도 밀접히 협업해 프로그·쿠퍼 출신 디자이너들이 스톡옵션을 받고 이 회사 디자인팀에 합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Frog도 2014년 초 Venture Design팀을 신설하고 2015년 Ethan Imboden을 영입했으며, 구글이 지원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30 Weeks'에도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광고 업계를 중심으로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2015년 기준) — 제일기획은 신사업 전담 조직 '비욘드 제일'을 신설해 유망 창업기업 투자를 모색했고, 이노션은 CJ E&M·NEW·인터파크와 문화콘텐츠투자조합을 결성했으며, HS애드는 광고주 제품 개발까지 참여하는 '오버 더 레인보우' 사업부를, TBWA코리아는 광고 제작팀과 디지털 마케팅 부서를 통합했다.

이 방식은 대기업 외주 프로젝트와 근본적으로 다른 장단점을 갖는다. 장점은 ① 정액 보수가 아니라 성공에 비례한 보상을 받고(대신 실패 시 무보수 위험도 감수), ② 정책·임원 정치에 좌우되는 대기업과 달리 에이전시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③ 일회성 납품이 아니라 린·애자일 방식의 지속적 개선을 반복할 수 있고, ④ 빠른 피드백 루프 덕분에 참여 디자이너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반면 단점도 뚜렷하다 — 투자가 본업이 아닌 에이전시가 아이템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잦고(pxd도 이런 실패를 겪었다), 완성되지 않은 결과물을 클라이언트가 아닌 최종 소비자에게 그대로 노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디자이너들이 이 방식을 꺼리기도 한다. 소규모 프로젝트에도 숙련된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운용 부담이 있어, 숙련자는 변화를 거부하고 신입은 미숙해 성장하지 못하는 딜레마가 반복된다.

기술 결합·스타트업 지분 투자와 나란히, 미국 에이전시들은 교육·컨퍼런스 사업을 세 번째 수익 다각화 축으로 발전시켰다. 배경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대개 한 분야 업무를 반복하고 승진이 실력보다 실적·정치에 좌우되는 반면, 컨설턴시는 짧은 기간에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방법'에 대한 인사이트를 먼저 축적하기 쉽다는 관찰이다. Adaptive Path는 컨설팅과 나란히 UX Week(4일 컨퍼런스)·UX Intensive(4일 워크샵)·MX(Managing Experience)·서비스디자인 글로벌 컨퍼런스라는 세 갈래 교육 사업을 2001년 소규모 워크숍으로 시작해 2003년부터 본격화했고, Capital One 인수(2014) 이후에도 이를 지속하겠다고 명시했다. UIE(User Interface Engineering)는 1988년 Jared M. Spool이 설립해 매년 보스턴에서 UI 컨퍼런스를 열고 그 영상을 교육 교재로 재활용했으며, Adobe 화상 솔루션 기반의 Virtual Seminar로 지리적 제약을 넘어선 원격 교육(라이브 텍스트 질의응답 + VOD)을 일찍이 구현했다. Cooper는 창업자 앨런 쿠퍼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로 대규모 감원을 겪은 후 "자기들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2002년 'Cooper U'(Interaction Design·Visual Interface Design·Design Leadership 등 6개 코스, 1일 약 600달러)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마야 디자인에서 파생된 Luma Institute는 Looking·Understanding·Making 3단계 프로세스를 다수의 Instructor(코치) 네트워크를 통해 영어권 전역에 프랜차이즈형으로 전파했으며(1일 약 900달러), 이 밖에 Nielsen Norman Group(Usability Week, 1일 약 600달러 — 메뉴 상 'Training'이 'Consulting'보다 앞섬), 영국 User Focus, 미국 InContext(Contextual Design 정규 과정, 이후 폐지)도 유사한 교육 사업을 운영했다. 국내에서는 에이전시의 교육 사업이 상대적으로 드문 편으로, 팀인터페이스의 UX 아카데미, 취준생 대상 무료 과정을 운영한 아메바의 UX 아카데미, 이후 UX1과 합병한 라이트브레인의 교육 사업이 초기 사례로 꼽힌다.

pxd도 설립 초기부터 AP식 컨퍼런스·교육 사업을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매번 시장 규모의 한계로 접기를 반복했다 —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권 AP와 달리 한국어 시장은 협소하고, 미국 에이전시의 1일 70만~100만원 수준 교육비(AP UX Week는 1일 700달러)를 국내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취업 절박함이 있는 UX 입문자 대상 엔트리 레벨 교육은 예외적으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이미 유사 교육이 과포화 상태이고 '취준생의 절박함을 이용한다'는 내부 우려, '초보자 양산이 컨설팅 시장 전체의 품질·가격을 낮춘다(제살깎아먹기)'는 비판으로 번번이 보류됐다. 그럼에도 2014년 처음으로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위한 Lean UX 컨퍼런스"를 시범 개최했고, 같은 해 대기업·외국계 기업 대상 B2B 교육 사업을 확대했다. 내부적으로는 4년 넘게 연 20회 이상의 'pxd 토크' 사내 교육 시리즈를 운영하며 비디오 기록과 블로그 정리로 지식을 공유해왔고, 한때 외부인 5~10명을 초청하기도 했다. UIE의 Virtual Seminar처럼 pxd 토크를 온라인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구상했으나, 다수의 유료 참가자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e-러닝 솔루션 부재가 걸림돌로 남았다.

디자인 에이전시에게 교육·컨퍼런스 사업이 갖는 의미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 ① 이직이 잦은 에이전시 특성상 내부 인원을 빠르게 교육·성장시키는 지름길이라는 점, ② 가르치는 경험 자체가 강사(주로 시니어 인력)의 지식을 정리시키고 자긍심을 높인다는 점, ③ 별도 마케팅 예산이 부족한 에이전시에게 교육 프로그램이 그 자체로 업계 내 지식 리더십과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저비용 홍보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상황은 2015년 시점에서 아직 이 흐름에 진입하지 않은 단계였다. 진정으로 디자인을 중시하거나 자체 디자인 문화를 가진 한국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고, 애자일·린 프로세스를 실제로 도입한 곳도 드물었다. 그러나 대기업 담당자들이 점점 더 고급 디자인 교육을 받으면서, 에이전시가 갖던 지식 우위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pxd 창업자 이재용은 이를 "물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비유로 표현했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의 인수·합병(M&A) 사례가 이어졌다. 다음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벤처그룹은 UX 디자인 전문기업 탱그램디자인연구소 지분 51%를 인수했고(2015), 이는 사물인터넷(IoT) 제품 '스마트로프'로의 사업 확장과 맞물려 있었다. 디지털디자인 스튜디오 웨더디자인ST&Company(영단기)와 결합해 사내 디자인센터로 재편됐고(2015), 옐로모바일이모션을 인수했다(2014). 세계적 광고그룹 WPP는 자회사 그레이그룹을 통해 디지털 광고 에이전시 바이널아이를 인수했으며(2016), 앞서 WPP 계열 JWT는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포스트비쥬얼을 인수한 바 있다(2013). 디자인 에이전시 디스트릭트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YG와 조인트벤처 'NIK'을 설립했고(2013), 인터넷 마케팅 기업 포트폴리오(주)는 글로벌 광고 그룹 퍼블리시스에 인수되었다(2008). 다만 이 중 다수는 순수한 '디자인 컨설턴시 인수'라기보다 글로벌 광고·마케팅 그룹이 국내 디지털 에이전시를 흡수한 형태에 가까워, 미국의 3물결 흐름과는 인수 주체의 성격이 다르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는 이 현상을 조금 다른 틀로 정리한 시각도 있었다. "머리를 빌리면 컨설턴시, 손까지 빌리면 에이전시, 스스로 해내면 인하우스"라는 구도에서 에이전시의 수익은 건당 마진과 처리 가능한 일감 수에 좌우되므로, 에이전시의 위기는 결국 두 갈래다 — 일이 줄고 있거나(인하우스화), 일이 저렴해지고 있거나(상향평준화).

인하우스화를 이끄는 동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아이덴티티(Identity): 브랜드를 하나의 총체적 경험으로 다루는 기업일수록(현대카드의 '표현의 시대' 슬로건이 대표적 예) 자기다움을 표현하는 핵심 결정을 외부에 위탁하지 않고 내재화한다. 폴리싱(Polishing): 경쟁에서 이기려면 빠르고 지속적인 반복 개선이 필요하며, 이 개선의 핵심인 UX만큼은 기업 스스로가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므로 외주가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 결과 "쓸만한" 프로젝트는 인하우스로 흡수되고, 까다롭고 단기적인 저마진 프로젝트만 에이전시에 남는 구조가 심화된다.

동시에 디자인 업 자체의 가치 하락(상향평준화)도 함께 진행된다. 시행착오 최소화 — Dribbble·Behance 같은 레퍼런스 플랫폼과 공유 목업, 구글·애플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하위 그룹의 학습 곡선을 단축시켜 상하위 그룹 간 격차를 좁힌다. 도구의 발전 —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전통 도구를 넘어 Canva·Wix처럼 사람의 역할 자체를 일부 대체하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저가 프로젝트를 수주하던 에이전시·프리랜서가 가장 먼저 위협받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위시켓(Wishket)·라우드(Loud) 같은 아웃소싱 중개 서비스는 에이전시 업을 프로젝트 단위로 언번들링(unbundling)하며 성장했다. 여러 디자이너가 경쟁해 만든 다수의 시안을 한 번에 받는 구조가, 단일 업체에 맡기는 기존 발주 방식보다 매력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압박 속에서 탱그램디자인연구소이노디자인은 자체 브랜드 제품 출시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향을 택했는데, 이는 기존 업의 성격을 바꾼 것이라기보다 새로운 사업을 추가한 것에 가까운 예외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한편 미국에서는 2015년 5월 세계적 경영 컨설팅사 McKinsey&Company가 디자인 컨설턴시 Lunar Design을 인수했는데, 이는 반대로 비즈니스 컨설턴시가 디자인 역량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에이전시·컨설턴시 지형이 재편되는 흐름의 또 다른 사례로 꼽힌다.

핵심 내용

  • 존 마에다(KPCB)의 Design in Tech Report(2015~2016): 디자이너 주도 M&A 증가·투자 강세·VC 내 '경험' 중심 디자인 역할 확대라는 세 예측이 2016년 실제로 검증됨
  • 마에다의 디자인 3분류: 전통적 디자인(완성도 중심) / 디자인 사고(공감·실행 중심) / 전산 디자인(실시간·대규모 개인화, 무어의 법칙) — 현대적 성공에는 최소 두 분야 이해 필요
  • 국내 M&A가 적은 이유: 산업 규모 차이·인수 기업의 절실함 차이·에이전시별 고유 역량 축적 구조(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변수)
  • 디자인 중요성 증가 → 아웃소싱 감소 → 에이전시 위축의 역설적 구조
  • 에이전시 위기의 세 원인: 인하우스 전환, 연봉 경쟁 패배, 애자일과의 생리적 불일치
  • 미국 디지털 에이전시 3물결: 광고회사 인수(1물결) → 혁신 컨설팅(2물결) → 벤처 디자인(3물결) → 대량 멸종
  • BDUF(Big Design Up Front) 방식은 혁신에 부적합 — 에이전시 혁신 역할 감소
  • 에이전시에 남은 마지막 장점: '다양한 작업' 경험 — 단독으로는 처우 격차를 메우기 어렵다
  • 한국은 아직 이 흐름 진입 전(2015 기준), 하지만 에이전시 지식 우위는 점차 약화
  • 국내에서도 2008~2016년 유사한 M&A 흐름 존재: 케이벤처그룹-탱그램디자인연구소, 웨더디자인-ST&Company, 옐로모바일-이모션, WPP-바이널아이, JWT-포스트비쥬얼, 디스트릭트-YG(NIK), 포트폴리오(주)-퍼블리시스
  • 국내 사례는 IT 대기업 투자사·엔터테인먼트사·글로벌 광고그룹 등 인수 주체가 다양
  • 인하우스화의 두 동인: 아이덴티티(자기다움 표현의 내재화 요구)와 폴리싱(제품 UX 반복 개선의 내재화 요구)
  • 상향평준화의 두 동인: 시행착오 최소화(레퍼런스·가이드라인 공유)와 도구의 발전(Canva·Wix 등 자동화 서비스)
  • 위시켓·라우드 같은 아웃소싱 중개 서비스는 에이전시업을 프로젝트 단위로 언번들링하며 성장
  • McKinsey&Company의 Lunar Design 인수(2015)는 컨설턴시가 디자인 역량을 내재화한 반대 방향의 사례
  • 디자인 역량 확보 3경로: 인수 / 내부 팀 육성 / 장기 교육 — 2014년경 해외에서는 인수 흐름이 두드러짐
  • Accenture-Fjord, Monitor-Doblin, Sapient-Studio Archetype 등 컨설팅사의 디자인펌 인수 다수
  • Google, Facebook, Adobe, Square, frog design, GlobalLogic, Blackberry, 구글(Gecko) 등 기술기업의 디자인 스튜디오 인수
  • Adaptive Path-Capital One 매각 시 창업자가 제시한 인수 기업 선택 기준: 문화적 독자성 존중 + 디자인 이해·성장 의지
  • teehan+lax는 인수 대신 해체 후 Facebook 인하우스 합류를 택한 예외적 사례
  • Steelcase-IDEO는 인수가 아닌 투자+Buy-Back 프로그램으로 오랜 기간 협업한 대안 모델
  • 위축 압력에 대한 대응 사례: 디자인+기술 융합형 에이전시(Maya Design·TAT·KWAME Corp·Berg·Artefact Group·Agency of Trillions)
  • TAT는 2010년 블랙베리에 인수돼 UI 담당 조직으로 흡수 — 소멸이 아닌 결합의 형태로 위축 압력에 대응한 사례
  • 스타트업 지분 투자 모델: FuseProject(Yves Béhar)·IDEO(Startup-in-Residence)·Cooper·Frog(Venture Design팀)가 외주비 대신 지분을 받고 스타트업과 협업 — FuseProject는 매출의 60%·이익의 80%가 스타트업에서 발생
  • IDEO Startup-in-Residence: 스타트업이 '아이디오 직원'이 되어 On-demand Consultant 방식으로 상주 협업(Food Genius, PillPack)
  • Cooper는 100plus·Practice Fusion과 밀접 협업, Frog는 2014년 Venture Design팀 신설 후 Ethan Imboden 영입(2015)
  • 국내 광고사(제일기획·이노션·HS애드·TBWA코리아)도 2015년경 신사업·투자 조직 신설로 유사 흐름에 동참
  • 스타트업 협업의 장점(성과연동 보상·의사결정 주도권·린 반복 개선·빠른 성장)과 단점(투자 실패 위험·미완성 결과물 노출 거부감·숙련 인력 운용 부담)이 병존
  • 교육·컨퍼런스 사업은 기술 결합·스타트업 지분 투자와 나란히 놓이는 세 번째 수익 다각화 축: Adaptive Path(UX Week·UX Intensive·MX), UIE(UI 컨퍼런스+Virtual Seminar), Cooper U, Luma Institute, Nielsen Norman Group(Usability Week) 등이 대표 사례
  • 컨설턴시가 방법론 개발을 주도하기 쉬운 이유: 인하우스는 반복 업무+실적·정치 중심 승진, 컨설턴시는 짧은 기간 다양한 프로젝트로 '방법'에 대한 인사이트 축적이 유리
  • 국내 에이전시 교육 사업 초기 사례: 팀인터페이스 UX 아카데미, 아메바 UX 아카데미(무료), 라이트브레인(이후 UX1과 합병)
  • pxd는 시장 규모 한계(협소한 한국어 시장, 낮은 교육비 지불 의사)로 AP식 교육 사업을 반복적으로 보류했으나, 2014년 Lean UX 컨퍼런스 시범 개최·B2B 교육 확대, 연 20회 이상의 사내 'pxd 토크' 운영으로 대응
  • 에이전시에게 교육 사업의 의미: 내부 인력 성장의 지름길, 강사 개인의 지식 정리·자긍심 제고, 저비용 홍보·지식 리더십 확보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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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업데이트: 2026-07-30 | 출처 8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