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izing을 유도하는 제품 디자인
일부 제품과 UI는 본연의 기능 외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대표 사례로 스웨덴 디자이너 데이빗 에릭슨의 Void watch가 있다. 이 시계는 디지털(V01)과 아날로그(V02) 두 모델을 내놓았는데, V02는 차의 계기판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시간을 읽기가 오히려 어렵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사용성이 떨어지는 V02를 선택하는 이유는, 낯선 사람이 시계를 보고 "시간을 어떻게 읽느냐"고 묻는 순간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즉 사용성의 결핍이 오히려 대화를 유발하는 스토리텔링 장치로 작동한 셈이다.
이런 현상은 물리적 제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0 UX Symposium에서 소개된 네스카페 캡슐 커피 머신은 수십 종의 캡슐 자체가 휴게실에서 동료 간 대화 소재가 되었고, 시력 측정 티셔츠는 엘리베이터 같은 어색한 공간에서 동료가 자연스럽게 말을 걸게 만드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두 사례 모두 제품의 본래 기능(커피 제공, 의류 착용) 위에 대화를 유발하는 부가적 스토리가 얹혀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디지털 UI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메신저의 대화명·프로필 사진은 원래 신원 표시라는 기능만 있으면 충분하지만, 사용자들은 이를 기분·소식·근황을 알리는 소셜라이징 도구로 확장해서 쓴다. 만약 대화명이 고정된 닉네임으로만 제한되었다면 대화를 이끌어낼 여지가 크게 줄었을 것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배경음악 역시 단순 배경음이 아니라 장르·뮤지션에 담긴 스토리로 방문자와의 대화를 유도했고, 카카오톡·마이피플 같은 모바일 메신저의 위치기반 정보(주변 친구 보기, 대화 상대 위치 표시)는 위치 데이터를 단순 정보 이상으로 대화를 걸 수 있는 구실로 확장시킨 사례다.
이 관찰이 시사하는 디자인 원칙은, 제품·UI를 설계할 때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는 이야깃거리를 의도적으로 심을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의 대화 접점(휴게실, 엘리베이터, 카페)이 온라인에서는 커뮤니티·메신저·SNS·다중 접속 게임으로 옮겨왔을 뿐, 사람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사물·서비스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고 싶어 한다는 본질은 동일하다.
핵심 내용
- Void watch(V01/V02): 사용성을 낮춘 아날로그 모델(V02)이 오히려 시간 읽는 법을 묻는 대화를 유발
- 네스카페 캡슐 커피 머신: 다양한 캡슐 종류 자체가 휴게실 대화 소재로 작동(2010 UX Symposium, 이건표 교수 사례)
- 시력 측정 티셔츠: 엘리베이터 같은 어색한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는 착용 제품
- 메신저 대화명·프로필 사진: 신원 표시 기능을 넘어 기분·근황 공유의 소셜라이징 도구로 확장
-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음악: 장르·뮤지션 스토리로 방문자와의 대화 유도
- 카카오톡·마이피플의 위치기반 정보: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대화를 거는 구실 제공
- 디자인 원칙: 본연의 기능 외에 대화를 유발하는 부가적 스토리를 의도적으로 설계에 포함할 것
관련 개념
- Purple Cow와 리마커블 전략 — 사람들이 스스로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리마커블함'을 제품 전략 관점에서 다룬 개념
- 사물 관찰과 제품 디자인 디테일 — 사물에 스토리를 담아 의미를 부여한다는 관점의 연장선
- 그룹형 SNS UX 설계 — 온라인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접점(메신저·SNS)의 UX 설계 사례
출처
- 'Socializing'을 도와주는 UI — 2011-04-30, 알 수 없는 사용자, UX 가벼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