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메이킹과 인문학적 비즈니스 리서치
센스메이킹(Sensemaking)은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Christian Madsbjerg)와 미켈 B. 라스무센(Mikkel B. Rasmussen)의 저서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원제 *The Moment of Clarity*)에서 제시하는 인문과학 기반 경영 방법론이다. 저자들은 기업이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했을 때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만 받을 뿐 정작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산업계가 여전히 잘못된 '인간 행동 모형'—정체가 분명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선호가 존재한다고 전제하는 설문·포커스 그룹·행동경제학적 접근—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책은 이런 관성적 사고를 디폴트 사고(default thinking)로, 그 대안을 센스메이킹(상황 이해)으로 대비시킨다. 디폴트 사고가 가설을 세우고 '무엇을 얼마나'를 측정해 정확성을 추구한다면, 센스메이킹은 실험적으로 '왜'를 묻고 진실을 추구하며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서 무엇이 닥쳐올지를 탐구한다.
센스메이킹의 방법론적 뿌리는 세 갈래다. 첫째는 현상학(phenomenology)으로, 경영과학이 성별·구매빈도 같은 '속성(properties)'을 다루는 반면 현상학은 여성성·남성성 같은 '양상(aspects)'—커피를 몇 잔 마시는지가 아니라 훌륭한 커피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을 다룬다. 둘째는 민족지학(Ethnography)으로, 일상의 경험을 낯설게 관찰하고 대상을 상세히 묘사하며 문화적 언어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찰스 퍼스(Charles Peirce)가 정식화한 귀추적 추론(abduction)으로, 관찰에서 출발해 그럴듯한 가설로 옮겨가는 이 방식만이 새로운 발상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책을 읽은 리뷰어는 이 세 방법이 결국 감정 파악·유물 분석·행동 관찰·대화 등 UX 리서치 방법론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평가한다.
이 관점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스포츠 용품 업계의 변화가 제시된다. '승리를 가져다줄 성능'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신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있었지만, 임원들 대부분은 2003년에야 이를 감지했다. "요가도 과연 스포츠일까?"라는 질문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남성 운동선수 중심 문화'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2012년 요가·헬스 피트니스 의류 시장은 전체 스포츠용품 시장의 절반을 넘어섰고, 운동을 하는 이유도 '경쟁·도전·즐거움'에서 '건강·체중 관리·외모 관리'로 바뀌어 있었다. 6장의 콜로플라스트(Coloplast) 사례도 유사한 구조다. '장루 환자들은 자기 몸에 뚫린 구멍을 혐오한다'는 통념에서 출발해 헤매다가, '환자의 몸은 모두 다르다'는 근본적 발견—저자들이 말하는 명료함의 순간(Moment of Clarity)—에 도달해 제품을 혁신했다. 리뷰는 이와 함께 pxd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디자인 주도 혁신 관련 리뷰(레고가 5장 사례로 다뤄짐)와 다양한 관점의 해석자(Interpreters)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문화의 의미를 수집·해석·공유하는 리서치 프로세스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고 짚는다.
리뷰 말미에 덧붙은 원저자 인터뷰 정리(2부)에서는 실무 적용에 관한 질답이 이어진다. 좋은 질문을 찾는 정해진 방법론은 없으며, 다만 일상에 너무 익숙해 평소 의식하지 못하는 것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리서처 개인의 편향은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고, 편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채 자신의 감(feeling)에서 분석을 시작해야 한다고 답한다. 클라이언트(리더)를 "회사가 돈을 버는 법"이 아닌 "고객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에 집중하도록 설득하는 문제에는, 회사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 때, 그리고 리더의 사고 수준이 높을 때 이런 접근이 더 잘 받아들여진다고 답한다. 정성적 데이터를 두텁게(thick) 모으는 법에 대해서는 개인이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세계'—사회 구성원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방식—를 보려는 관찰 프레임을 강조한다.
핵심 내용
- 디폴트 사고(가설 기반, '무엇을 얼마나', 정확성 추구) vs 센스메이킹(실험적, '왜', 진실 추구)의 대비
- 센스메이킹의 세 방법론적 뿌리: 현상학(속성이 아닌 양상), 민족지학(문화적 관찰), 귀추적 추론(퍼스의 abduction)
- 스포츠 용품 업계 사례: '요가도 스포츠인가'라는 질문을 놓쳐 시장 변화를 10년 가까이 감지하지 못함
- 콜로플라스트 사례: '몸의 통념'에서 '환자의 몸은 모두 다르다'는 발견으로 이어진 명료함의 순간(Moment of Clarity)
- 저자들이 진단하는 기존 경영 방식의 4가지 오류: 인간의 합리성 전제, 문제의 반복성 전제, 가설의 객관성 전제, 숫자만이 진리라는 전제
- 실무 조언: 리서처의 편향은 인정하고 자신의 감에서 분석을 시작할 것, 정성적 데이터는 개인이 아니라 개인이 속한 '세계'를 관찰해 확보할 것
관련 개념
- 디자인 주도 혁신 — 리뷰가 직접 인용한 해석자(Interpreters) 네트워크 기반 리서치 프로세스와 문제의식을 공유
- 컨텍스추얼 인쿼리 — 민족지학 기반 필드 리서치라는 방법론적 뿌리를 공유하는 UX 리서치 기법
- 현장 관찰 리서치 방법론 — 창발적 행위·극단적 사용자를 관찰해 통념 밖의 신호를 포착한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의식
- 전략적 직관 — 가설을 미리 세우기보다 관찰과 발견을 통해 통찰(섬광)에 도달한다는 관점이 유사
- 행동경제학과 UX — 책이 비판하는 '안정적 선호를 전제하는' 기존 행동경제학적 접근과 대비되는 지점
출처
- [독후감]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 2015-02-24, 이 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