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 테스트와 인간다움
브라이언 크리스천(Brian Christian)의 『The Most Human Human』(부제: *What Artificial Intelligence Teaches Us About Being Alive*)은 AI 자체보다 AI가 인간에 대해 무엇을 되비춰 주는가를 파고드는 책이다. 출발점은 튜링 테스트(Turing Test) — CS의 창시자 앨런 튜링이 제안한, 5분간 대화한 상대가 인간인지 컴퓨터인지 판별하는 실험이다. 튜링은 1950년대에 2000년이면 컴퓨터가 인간의 30% 정도를 속일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이 대회에서 가장 인간처럼 판정받은 컴퓨터에는 Most Human Computer상이 주어지지만, 흥미롭게도 인간 참가자 중 가장 인간적이라고 평가받은 사람에게 주는 Most Human Human상도 별도로 존재한다 — 책 제목은 바로 이 상에서 따왔다. 2014년에는 64년 만에 처음으로 '유진 구스트만'이라는 프로그램이 심사위원의 30% 이상을 속이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되었는데, 비영어권 국가에 사는 13살 어린이로 설정해 어색한 답변까지 그럴듯하게 넘겼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책은 튜링 테스트를 발판 삼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여러 조각을 짚어나간다. Phonagnosia는 목소리로 상대가 누구인지 식별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인간은 얼굴·목소리 같은 form을 근거로 상대를 인증(authentication)하는 반면 컴퓨터는 비밀번호·생년월일 같은 content로 인증한다는 대비를 보여준다. (반면 '친밀도(intimacy)'는 form과 content를 모두 요구한다 — 어디 사는지, 형제가 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Eudaimonia(에우다이모니아) 개념은 수단(means)과 목적(ends)의 연쇄에서 그 무엇의 수단도 되지 않는 궁극의 목적, 즉 '영혼의 평안함(well-being of spirit)'을 가리키며 단순한 쾌락으로서의 행복과 구분된다. 또한 인간의 마음(영혼)이 뇌에 있다는 현대 과학의 합의는 뇌사를 법적 죽음의 정의로 삼는 흐름과 마인드 업로딩(mind uploading) — 죽기 전 뇌의 기억을 컴퓨터로 옮기고 새 몸에 업로드한다는 사고실험 — 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컴퓨터가 얼마나 인간적인지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Most Human Human상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고 본다. 인간은 그냥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사유할 때보다, 인간과 비슷한 무언가(AI)를 직접 만들어보려 할 때 오히려 인간에 대해 더 깊은 통찰과 영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서평은 pxd 이재용이 "UX 분야에서 단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꼽은 『미디어 방정식(The Media Equation)』(관련: 미디어 방정식과 CASA)을 함께 언급하며 마무리된다. 컴퓨터가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미디어 방정식의 핵심 문제의식과, "우리에게 컴퓨터란 무엇인가"라는 이 책의 질문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고민이다.
핵심 내용
- 튜링 테스트: 5분 대화로 인간/컴퓨터를 판별하는 실험, 앨런 튜링이 1950년대 제안
- Most Human Human상: 컴퓨터의 인간 모사 능력을 테스트하는 대회의 부산물로, 인간 참가자 중 가장 인간적으로 평가받은 사람에게 주어짐 — 인간다움에 대한 역설적 질문을 던짐
- 2014년 '유진 구스트만' 프로그램이 64년 만에 튜링 테스트를 최초로 통과(했다고 보도), 13세 비영어권 어린이 설정으로 논란
- Phonagnosia: 목소리로 사람을 식별 못하는 질환 — 인간의 form 기반 인증 vs 컴퓨터의 content 기반 인증 대비
- Eudaimonia(아리스토텔레스): 수단의 연쇄 끝에 있는 궁극 목적, 영혼의 평안함/번영으로서의 행복
- 마인드 업로딩: 인간의 마음이 뇌에 있다는 전제 위에서 상상되는 기억 이식 사고실험
- AI를 만들려는 시도가 오히려 인간 자신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관점
관련 개념
- 미디어 방정식과 CASA — "사람은 미디어를 실제 사람처럼 대한다"는 CASA 패러다임과 짝을 이루는, "컴퓨터가 인간을 인간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
- 심리학 실험과 UX — 같은 '심리학 산책' 연재에서 다뤄진 심리학 고전 실험과 UX 이론
- 에이전틱 AI와 UX — AI와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최근 UX 논의로의 연결
출처
- The Most Human Human — 2014-06-09, 이 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