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동기화하기와 디자이너의 젠더 감수성
책장 동기화하기는 디자이너 김린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페미니즘과 디자인의 관점으로 모은 175여 권의 책을 담은 이동식 서가를 기업·기관에 3개월씩 대여해주는 활동이다. 15분이면 원하는 장소에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서가가 단순 도서 대여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대여 기간 중 하루를 정해 김린이 신청자와 1:1로 책을 추천해주는 워크숍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 워크숍을 통해 신청자와 김린은 페미니즘과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동기화'한다는 뜻에서 프로젝트명이 붙었다. 2019년 pxd에도 이 서가가 방문했고, 7명의 pxd 구성원이 1:1 워크숍에 참여해 각자의 고민에 맞는 책을 추천받았다.
pxd talks 92회 글은 이 7명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소개하는데, 여러 참가자의 사연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UX/GUI 디자이너로서 일하며 마주치는 젠더 이슈에 대한 자각이다. 한 참가자는 아동용 서비스의 캐릭터에 성별 고정관념(자동차 캐릭터에 리본을 달거나, AI 스피커를 상냥하고 몸매가 드러나는 여성상으로 설정하는 관행)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되는 데 문제의식을 느낀다. 다른 참가자는 확장된 인간관계에서 마주치는 젠더의식 차이를 다루는 대화법을, 또 다른 참가자는 '정상적인 삶의 경로'(안정적 직장·결혼·출산)를 벗어나도 괜찮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책 추천의 배경으로 밝힌다.
추천된 책들은 몇 갈래로 묶인다. 젠더의식 차이로 인한 불편한 상황에서 유연하고 당당하게 대응하는 태도를 다루는 책(『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아이들을 성별 틀에 가두지 않는 교육과 퀴어 이론의 접점을 다루는 책(『학교에 페미니즘을』, 『페미니즘을 퀴어링!』), 노동·혼인 제도와 비혼의 삶을 다시 고찰하는 책(성별임금격차 OECD 최하위권이라는 한국 현실을 다루는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혼자 살아가기』), 그리고 페미니즘의 역사를 쉽게 개괄하는 책(『페미니즘의 작은 역사』,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이다.
이 글은 pxd 내부에서 진행된 사내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용자를 상대해야 하는 UX 디자이너에게 젠더 감수성이 실무 역량의 일부라는 관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 스피커·아동 대상 서비스처럼 캐릭터와 시각적 설정을 다루는 실무에서 디자이너의 무의식적 편향이 그대로 제품에 반영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기술 인간화와 디자인 윤리가 지적하는 AI 편향 문제, AI 스피커 VUX 설계 원칙에서 다루는 캐릭터·인격 설계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핵심 내용
- 책장 동기화하기: 디자이너 김린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페미니즘·디자인 관점의 도서 175여 권을 담은 이동식 서가를 기관에 3개월씩 대여하고 1:1 책 추천 워크숍을 진행
- 2019년 pxd 방문 당시 7명의 구성원이 참여해 각자의 고민에 맞는 책을 추천받음
- 참가자들의 고민: AI 스피커·아동 서비스의 성별 고정관념 캐릭터 디자인, 직장 내 젠더의식 차이로 인한 소통, '정상' 규범에서 벗어나도 괜찮다는 자각, 성별임금격차 등
- 추천 도서는 태도(순발력 있는 대응), 교육·퀴어 이론, 노동·혼인 제도 재고, 페미니즘 역사 개괄의 네 갈래로 묶임
- 신청은 '책장 동기화하기' 공식 트위터·인스타그램을 통해 가능
관련 개념
- AI 스피커 VUX 설계 원칙 — AI 스피커의 캐릭터·인격 설계가 다루는 실무적 맥락
- 기술 인간화와 디자인 윤리 — 설계자의 무의식적 편향이 제품에 반영되어 사회적 차별을 증폭시킨다는 문제의식
- 제품 디자인 사례 — pxd 이동식 책장 — pxd 내부에서 별도로 만든 또 다른 이동식 책장 사례. 이동식 서가라는 형식은 같지만 목적(사내 도서 관리 vs 젠더 감수성 워크숍)은 다름
출처
- [pxd talks 92] 책장 동기화하기 — 2019-12-13,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