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축적과 마인크래프트 세대
2015년 출간된 『축적의 시간』에서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26명은 한국 산업계가 개념을 디자인(Conceptual Design)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하며, 그 근본 원인을 창조적 축적의 부재로 꼽았다. 창조적 축적이란 창조 과정에서 쌓이는 다양한 실패 경험의 유산을 뜻하는데, 한국 사회는 이것이 쌓이기 어려운 체제라는 것이다. 이 글은 그 대안적 체질 변화의 실마리를 뜻밖에도 게임에서 찾는다 — 바로 마인크래프트 세대다.
핵심 비교축은 모방추격형 산업 발전 모델과 창조적 축적 지향 사회 체제다. 모방추격형 모델은 앞선 누군가의 뒤를 좇는 입장이므로 답이 이미 정해져 있고, 실패는 비효율이므로 배제해야 한다. 반면 창조적 축적 지향 체제는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므로, 직접 해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지식의 영역에서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하며 재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 저자는 한국의 유소년 교육 환경(절대적 평가자·등수 경쟁·정답 순응)과 마인크래프트 환경(다수가 만드는 자연발생적 기준·이미 답을 아는 선생님의 부재·경쟁자가 아닌 공생하는 동료)을 겹쳐 보며, 학교 밖에서라도 마인크래프트를 경험한 세대가 이 사회적 체질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줄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이 기대는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마인크래프트 세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하며 스스로를 단순 플레이어가 아닌 크리에이터(Creator)로 여기는 세대상을 강조한 발언에서 구체화된다. MS의 마인크래프트 인수(2009년 개발사 Mojang 인수) 이후 Hololens AR 마인크래프트, 3D 그림판·3D 파워포인트 등 "창조와 공유의 문턱을 낮추는" 제품 방향이 이 철학과 연결된다. 글은 이 문제의식을 1989년 스티브 잡스가 강력한 컴퓨터 한 대보다 약한 컴퓨터 1,000대를 1,000명에게 나눠주는 것이 더 큰 창조를 낳는다고 말한 인터뷰까지 거슬러 올라가 계보를 잇는다 — 27년 뒤 같은 철학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애플이 아닌 경쟁사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점도 짚는다.
글은 참고로 디자인 씽킹과의 직접적 연관성도 밝힌다. IDEO의 팀 브라운이 말한 "사람은 누구나 디자이너"라는 명제는 "창조적 축적 지향 체제를 이루려면 누구나 디자이너처럼 사고해야 한다"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만큼, 디자인 씽킹의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하여 재시도하는 과정이 창조적 축적의 맥락과 정확히 겹친다. 마인크래프트뿐 아니라 유튜브·twitchTV·Sketchfab 등 사용자가 단순 소비자가 아닌 창작·공유의 주체가 되는 프로슈머(prosumer) 플랫폼 전반이 같은 세대적 경험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핵심 내용
- 창조적 축적: 창조 과정에서 쌓이는 실패 경험의 유산, 『축적의 시간』(서울대 공대 26인)이 꼽은 한국 산업계의 근본 결핍
- 모방추격형 산업 발전 모델 vs 창조적 축적 지향 사회 체제: 정해진 답의 유무, 그리고 실패를 배제할 것이냐 축적할 것이냐의 근본적 차이
- 마인크래프트 세대: 절대적 평가자·경쟁·정답 순응이 없는 환경에서 실패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세대, 사티아 나델라(MS CEO)가 직접 영감의 원천으로 지목
- 1989년 스티브 잡스의 "컴퓨팅 파워를 개인에게 분산하라" 인터뷰가 27년 뒤 MS의 Creator's Update 철학으로 재등장
- 디자인 씽킹과의 연관: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하여 재시도"하는 과정이 창조적 축적 지향 체제와 동일한 맥락
- 유튜브·twitchTV·Sketchfab 등 프로슈머 플랫폼도 마인크래프트 세대의 창작·공유 경험과 같은 흐름
관련 개념
- 디자인 사고 —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하여 재시도"하는 3I 프로세스가 창조적 축적 지향 체제와 같은 맥락
- 린 스타트업과 피벗 — 실패를 배움으로 재프레이밍하는 반복적 검증 태도의 공유점
- UI 커스터마이징 — 사용자가 소비자에서 제작 참여자로 이동하는 동시대 프로슈머 흐름
- 게이미피케이션 — 게임 구조가 학습과 동기부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문제의식의 접점
출처
- 창조적 축적 지향 체제와 마인크래프트 세대에게 거는 기대 — 2016-11-24,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