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셜 디자인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UD)은 장애 유무나 신체 조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과 환경을 설계하는 접근 방식이다. 단순히 장애인을 위한 별도 설계가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를 처음부터 설계 대상으로 포함한다는 점에서 사후 보완적 접근과 구별된다.
금융 기기 분야에서 유니버셜 디자인이 적용된 사례로 장애인용 ATM이 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이어폰 단자와 근접 인식 음성 안내, 저시력자를 위한 화면 확대 기능이 대표적인 적용 요소다. 그러나 구색 맞추기 수준의 도입에 그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어폰 단자의 위치가 시각 장애인이 찾기 어려운 곳에 있거나 안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진정한 유니버셜 디자인은 기능 제공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사용 가능성까지 검증해야 한다.
한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8년 4월부터 시행되어 은행 ATM을 포함한 금융 서비스에 점진적으로 접근성 기준을 적용해 왔다. 이 법에 따라 모든 은행이 일정 비율의 장애인용 ATM을 도입해야 했다. 장애인 ATM 설계 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와 안전봉, 휠체어 접근 공간, 적절한 높이의 투입구, 화면 확대, 점자 키패드, 음성 안내 서비스 등이다.
일본은 유니버셜 디자인 강국으로 평가받으며, 점자가 있는 ATM 전용 전화기처럼 다양한 장애 유형을 세심하게 고려한 설계 사례를 보여준다. 이는 법적 의무를 넘어 사용자 경험 전반을 고려하는 설계 문화의 차이를 보여준다.
왼손잡이를 위한 UI 설계
왼손잡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0~13%를 차지하지만, 대부분의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물리적 제품은 오른손 기준으로 설계된다. 이는 왼손잡이에게 사소한 불편이 아닌 누적된 피로와 오작동 위험으로 이어진다.
pxd 블로그에서 소개된 사례 분석에 따르면, 닌텐도 Wii 리모콘은 손목 스트랩 위치가 오른손 기준이어서 왼손잡이는 매번 방향을 바꿔야 했다. 와콤 인튜어스4 타블렛은 버튼 배치가 왼손잡이 모드에서 자동 전환되는 소프트웨어 지원을 제공한 반면, 아마존 킨들의 페이지 넘기기 버튼은 오른손 중심 배치로 왼손잡이가 엄지로 닿기 어렵다. 스마트폰의 경우 기본 다이얼 앱에서 통화 종료 버튼의 위치가 왼손 엄지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왼손잡이 친화적 UI 원칙: ① 중요 인터랙션 버튼은 화면 양쪽 모두에서 접근 가능하게 배치, ② 손가락 도달 범위(reach zone) 분석 시 왼손 기준도 포함, ③ 터치 제스처 방향(스와이프 등)을 설정에서 전환 가능하게 제공, ④ 물리적 버튼/컨트롤러는 좌우 대칭 설계 또는 미러링 옵션 지원. 이는 단순히 왼손잡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양손을 번갈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유리한 설계다.
이슬람 문화권을 위한 위생기기 디자인 (Kohler, 인도네시아)
유니버셜 디자인이 신체적 차이를 넘어 종교·문화적 맥락까지 포괄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2021년 UXMC(UX Masterclass)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위생 도기 제조사 Kohler의 인도네시아 소변기 개선 프로젝트가 있다. Kohler 아시아태평양 디자인 매니저 Taiwoon Woon은 아시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화장실 디자인을 리서치하며, 하루 5번 기도 전 생식기를 포함한 온몸을 씻는 이슬람의 '청결' 예식과 달리 현지에 보급된 남성 소변기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형태라는 점을 발견했다. 인도네시아 CX 컨설턴시 Somia와의 협업으로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난제에 부딪혔다. 첫째, 무슬림 남성들은 오래된 소변기 디자인에 이미 익숙해져 있어 불편을 느끼지 못했기에 교체의 근거를 마련하기 어려웠다. 둘째, 종교라는 민감한 주제와 생식기 세척이라는 사적인 행위를 다뤄야 해, 종교적 맥락에 대한 세심한 이해 없이 디자인 관점만으로 접근하면 자칫 모욕이 될 위험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팀은 무슬림 단체 관계자·신도, 전문 배관공 등 디자이너가 통상 마주치지 않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리서치부터 프로토타이핑까지 전 과정에 참여시켰다. 종교적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개선 방향을 잡기 위해 신도들과 부단히 소통하고, 배관공을 통해 실현 가능성과 투자 대비 효과를 검증했다. 공수가 많이 드는 방식이었지만,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개입함으로써 복합적으로 얽힌 민감 요소들이 오히려 효율적으로 해결됐다. 이 사례는 서로 다른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밀접하게 협업할 때 이해와 상호존중이 가장 결정적인 가치를 발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 서비스를 위한 인클루시브 디자인 리서치 프레임 (Namahn, 벨기에)
유니버셜 디자인이 신체·문화적 차이를 넘어 디지털 격차와 사회적 배제까지 포괄해야 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같은 2021년 UXMC 컨퍼런스 첫날 벨기에 디자인 에이전시 Namahn의 디자이너 Yalenka Mariën이 소개한 정부기관 대상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 프로젝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다수에게 편익을 주는 동시에 디지털 격차로 소외되는 사용자를 만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정부기관과의 협업이었던 만큼 일반적인 리서치와는 다른 관점의 문제 정의가 필요했다. Yalenka와 팀은 리서치 여정을 ① 정부라는 컨텍스트에서 inclusion은 무엇을 뜻하는가, ② 정부기관에서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액션은 무엇인가, ③ 전문가 의견과 파일럿 인터뷰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도출해야 하는가라는 세 질문으로 구조화했고, 이 모든 질문의 출발점을 "우리가 배제하고 있는 사용자는 누구인가?"라는 근본 질문에 두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팀이 제시한 것이 Inclusive Design Research Frame이다. 이 프레임은 공급자(정부)의 서비스 관점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이 처한 상태를 네 축으로 나눠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① Personal Resources(스킬 레벨, 언어능력, 정신적·신체적 웰빙 — 예: 벨기에 3개 공용어 외 언어 사용자), ② Social Resources(경제적 안정감, 사회적 위치·참여도, 의지할 수 있는 서포트 시스템), ③ Relation to Digital(보유 디바이스의 다양성, 초고속 인터넷 접근성, 디지털 경험에 대한 신뢰·편안함 — 개인정보 입력에 대한 거부감 포함), ④ Relation to Government(고용 형태·소속과 무관하게 정부기관과 맺는 관계의 위치, "개인-정부 관계를 사람과 사람 관계처럼 다뤄야 한다"는 관점)이다. 겉으로 쉽게 파악되는 언어 능력 같은 요소뿐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웰빙·자존감·기본 스킬 수준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점이 이 프레임의 특징이며, 국내에서는 외국인·난민을 위한 다국어 긴급재난문자 번역 서비스가 유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사례로 꼽힌다.
핵심 내용
- 유니버셜 디자인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용자를 처음부터 설계 대상으로 포함
- 기능 제공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사용 가능성까지 보장해야 진정한 UD
- 한국 장애인차별금지법(2008~)에 의해 ATM 등 금융 기기에 단계적으로 적용
- ATM UD 체크리스트: 경사로, 접근 공간, 화면 확대, 점자 키패드, 음성 안내
- 구색 맞추기 수준의 적용은 실사용에서 여전히 장벽이 될 수 있음
- 왼손잡이(전체 인구 ~12%)는 대부분의 오른손 기준 인터페이스에서 누적 불편 경험
- Wii·타블렛·킨들·스마트폰 사례: 왼손 접근성 고려 수준이 제품마다 크게 다름
- 중요 버튼의 양방향 배치, 미러링 옵션 제공이 왼손잡이 포용 설계의 핵심
- Kohler×Somia 인도네시아 소변기 개선 사례: 종교적 청결 예식을 반영하지 못한 소변기 디자인을 무슬림 단체·배관공 등 폭넓은 이해관계자 참여로 개선, 유니버셜 디자인이 신체 조건뿐 아니라 종교·문화 맥락까지 포괄해야 함을 보여줌
- Inclusive Design Research Frame(Namahn): "우리가 배제하고 있는 사용자는 누구인가?"를 출발점으로, Personal·Social·Relation to Digital·Relation to Government 4대 자원 축으로 배제 대상을 파악하는 정부 서비스용 인클루시브 디자인 프레임워크
관련 개념
- 웹 접근성과 WAI-ARIA — 웹 환경에서의 접근성 표준 (장애인차별금지법 공통 적용)
- Natural User Interface NUI — 다양한 입력 방식을 통한 접근성 향상
- 모바일 제스처 UI — 손가락 도달 범위와 제스처 방향 설계
- UX 리서치 유형 — 소외된 집단을 배제하지 않기 위한 포용적 리서치 편향 방지 프레임워크(UXMC 2021)
- 고령친화 디자인과 100세 시대 — 특정 세대를 낙인찍지 않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Age Friendly 접근과 맥이 닿는 인클루시브 디자인
출처
- 유니버셜 디자인 사례 - 장애인을 위한 ATM — 2010-07-04, 위승용 uxdragon
- 왼손잡이를 위한 소소한 UI 사례 — 2010-09-14, 위승용 uxdragon
- UXMC 2021:Design for the Future, Design for All #2 — 2021-12-03, Yoonyoung Jung
- UXMC 2021:Design for the Future, Design for All #1 — 2021-12-16, jeeah